6·1 지방선거와 동시 시행되는 재보궐선거에 안철수와 이재명의 등판을 보노라면 영화 '타짜'가 자꾸 생각납니다. 여기서 말하는 타짜는 비속한 인식을 할 수 있기에 미리 '진정한 고수'라는 의미로 설정해 봅니다.
먼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성남분당갑에서 대박을 날리기 위한 '레이스'를 펼친다는 기사를 먼저 내보냈습니다.
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패와 전략은 무엇인지 한번 짚어 보겠습니다.
당 지도부의 요구로 선거판에 불려 나오긴 했지만, 이 선거 역시 '이문'이 많이 남는 선거일 것입니다.
대선 이후 '초고속 복귀'를 결단한 배경에는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사수를 위한 '이재명 역할론'이 가장 큰 요인일 겁니다.
당 자체 조사에서도 서울이 열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도와 인천마저 국민의힘에게 내주게 되면, 거대 야당이 될 민주당으로선 앞으로 일어날 정국 변화에서 상당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지요.
애초 당내에선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서울을 내주더라도 경기도와 인천 두 곳을 사수함으로써 정책력 확장을 통한 수도권에서의 지지율 회복을 자신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와 인천을 가져올 경우 차기 대선까지 반전을 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한 부동산 민심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고, 대선 패배 이후 당의 구심점마저 크게 흔들리면서 위기감이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예상과 달리 믿었던 경기도지사 선거는 박빙 구도로 흘러가고, 인천에선 패배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 고문의 등판을 재촉하게 됐습니다.
정치적 고향인 '성남(분당갑)'을 버리고 '인천(계양을)'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여기에는 여러 정치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됩니다.
정치권은 분당이 이 고문의 토대이기는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도 드러났듯 보수성향이 짙어 쉽사리 승리를 예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보궐선거에서마저 패한다면 대선주자로서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입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성남분당갑에 출마할 경우 재차 대장동 이슈가 선거 핵심 이슈로 부상하며 여론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 김병관 전 의원이 이미 출마를 위해 텃밭을 갈아놓은 상황에서 자신이 분당갑을 택할 경우 '자리 뺏기' 비판도 피할 길 없지요.
반면, 인천 계양을은 명분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구색은 갖춰졌습니다. 지역구를 떠난 송영길 전 대표가 일찌감치 이 고문의 출마를 요청하고 나갔습니다.
박찬대(연수갑)·이성만(부평갑)·허종식(동·미추홀 갑)·정일영(연수을) 등 지역 의원들도 이 고문을 원했습니다.
당장 인천시장 선거도 어려운 상황에서 승부수를 띄운 셈이지요.
'이재명 효과'로 인천 선거가 승리로 장식된다면, 이 고문과 민주당 모두 명분과 실리를 얻게 됩니다.
인천에서 새로운 둥지를 만들면 정치적 영역도 더 넓힐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상대인 국민의힘에서는 인천 계양을 선택한 이 고문의 입지를 축소하기 위해 '비겁한 후보'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이 설계했다는 대장동의 비리 의혹을 피하고,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한 '방탄용'이라는 공세가 더 확산할 것입니다.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듯, 이 고문에게도 '한방 블루스'가 있습니다.
소년 공 출신으로 독학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정치적으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반전의 카드를 가지고 나오지 않을까요.
대선에는 졌지만, 지방선거에서 만회해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 상대에게 '독박'을 씌울 묘책이 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정의종·김연태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