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상하수도관리센터(이하 센터)가 계약 내용에 없는 '콜센터 업무'를 강요해 왔다며 수도검침원들이 집단 보이콧에 나섰다. 센터는 이에 대응해 법률자문을 의뢰하는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남양주시 35명 "업무 배제를" 촉구
근로계약서 등에 '공지 모호' 지적
市 "법률자문 의뢰 답변 대기상태"
8일 남양주시와 시상하수도관리센터 등에 따르면 센터 소속 수도검침원(공무직 근로자) 35명은 지난 2일부터 콜센터 업무를 보이콧하고 해당 업무의 공식적 배제를 촉구하고 있다.
센터 측은 특정 부서 내에 지정석을 마련해 놓고 검침원들로 구성된 일 주·야간 2인1조(주간 오전 9시~오후 6시, 야간 오후 6~8시)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업무는 검침 민원은 물론 센터 대표번호로 걸려오는 민원에 응대하는 일로 사업운영과, 수도과, 하수처리과 3개 부서의 민원 응대 등 사실상 센터의 종합민원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검침원 개인당 월 2~3회씩(야간 포함) 순번이 돌아오는 구조로 2005년 이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근로계약서나 모집공고에 해당 내용이 전혀 명시되지 않았거나, 모호하게 공지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2021년 제4회 남양주시 공무직 근로자 공개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검침원 1명을 모집하면서 주요업무로 ▲남양주시 관내 수도 검침·요금부과 ▲체납 독려 및 민원처리(현장, 전화) 등 2가지만 소개됐다. 2016년 모집 공고에선 ▲검침 및 요금부과 ▲고지서 배부 ▲체납 독려 및 현장민원처리 등만 표기됐다. 특히 이들이 서명한 복수의 계약서상에도 업무내용에 콜센터 업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침원 A씨는 "센터 내 100여 명의 직원이 있는데 왜 검침원만 차출해 근무 명령을 내리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그동안 모두 당연한 일로만 알았다가 최근 잘못됐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센터 측에)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검침원 B씨도 "맡은 업무도 바쁜데 콜센터 업무까지 과부하가 걸렸다. 사측에선 공고에 '전화'라는 표현이 있어 (콜센터 업무를 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업무를 끼워 넣기 위한 교묘한 꼼수에 불과하다"면서 "검침원들은 현장에서 수용가와 통화 후 민원을 처리하고, 누수감면제도 안내 등 업무 특성상 불가피하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데 근무조건이 불리하게 해석돼 적용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법률 자문을 의뢰해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결정된 게 없는 만큼 (콜센터) 업무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양주/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