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버스 준공영제' 선거 공약과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 문제를 짚어본 경인일보의 기사들. /경인일보DB

2022년 4월 25일 오후 11시 30분·2021년 10월 14일 오전 3시.

각각 버스파업을 매개로 벌인 경기도 버스노조와 회사 측의 임금협상이 마무리된 시각입니다. 이날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면 시민들은 다음 날 아침 등굣길·출근길에 버스를 타지 못했을 겁니다.

밤 늦은 시각 혹은 이른 새벽 시간에서야 협상이 끝났다는 건 그만큼 버스 노동자와 사측의 시각차가 크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노동자로선 임금을 올리고 처우를 개선하려 할 것이고, 사측은 이윤을 고려해 임금을 합리적으로 인상하려 하기에 임금 협상은 어느 회사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유독 버스회사의 협상이 첨예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크게 2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버스가 시민들이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사회적 필수재라는 사실입니다. 자가용을 가지지 않은 시민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면 등교나 출근이 불가능합니다.

지하철, 택시, 버스의 대중교통 수단을 복합적으로 환승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기에 이 중 어느 것이라도 파업으로 운행이 중단된다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민간회사의 일이라고 볼 수 있는 버스 노사의 협상이 사회적 관심사가 됩니다.

두번째 요인은 첫번째 요인에 기인합니다. 버스가 사회적 필수재이기 때문에 공공이 개입한다는 사실입니다. 민간회사의 임금협상은 그 과정에서 불법 요소만 없다면 공공이 개입할 일이 없습니다. 노동자와 사측의 협상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죠.

반면 버스와 같은 사회적 필수재 혹은 공공재(공공인프라)에는 각 지자체는 물론 정부까지 협상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일정 부분 정책적으로 개입합니다.

'준공영제' 서울·인천 공공 보전
버스기사 임금, 경기도보다 높아
처우개선 요구에도 적자노선 많아


이런 이유로 버스 노동자들은 회사뿐 아니라 지자체·정부를 향해서도 임금을 올려달라거나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일반 민간회사의 노사 협상과 버스회사의 협상이 다른 점입니다.

버스가 사회적 필수재라는 것과 노사 협상에 공공이 개입한다는 사실은 노사 협상을 1차 방정식이 아니라 고차 방정식으로 만드는 원인입니다.

이 고차 방정식을 푸는 방법 또한 쉽지 않습니다. 여기엔 또 하나의 변수가 존재하는데 바로 수도권이 단일 생활권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입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경기도에서 인천으로 혹은 그 반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말입니다.

이런 양태는 곧 버스회사와 버스회사의 노동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경기도 버스회사의 문제는 곧 수도권 버스회사의 문제가 되는데 경기도에선 버스 기사들이 임금이 높고 처우가 좋은 서울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난제입니다.

경기도 버스회사 기사들은 흔히 다음과 같은 루트를 거칩니다. 경력이 없거나 젊은 기사들은 우선 시군의 작은 범위를 운행하는 마을버스 기사로 경력을 시작합니다. 경력을 쌓으면 좀 더 임금이 높고 처우가 좋은 시내버스로 이직합니다.

경기도 버스기사들이 원하는 직장은 경기도가 아닌 서울에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수 년 동안 경력을 쌓은 뒤 서울 시내버스 기사로 이직하는 것이죠.

단일 생활권인데 경기도와 서울 기사의 임금이 차이가 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은 버스 준공영제를 하고 있기에 그렇습니다. 준공영제란 말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겁니다. 말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보다 이해하기 쉽습니다.

공영제란 민영제의 반대되는 말로, 민영제는 일반 민간회사가 버스 운영권을 가지고 제반 회사 운영을 도맡는 구조를 말합니다. 공영제는 반대로 공공이 버스 운영권을 가지고 회사 운영 역시 공공(지자체 혹은 정부)이 맡습니다.

쉽게 말해 공영제 버스란 것은 버스 기사의 임금을 비롯해 기름값과 같은 운영비를 모두 공공이 부담하는 것을 뜻합니다. 준공영제는 앞에 '준'이라는 말이 붙은 것에서 보듯 공영제에 준하는 제도, 공영제와 완전히 같진 않지만 비슷한 식으로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서울 버스는 운영권은 민간이 가지되 적자를 공공이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인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공의 지원을 받다 보니 서울 버스 기사의 임금이 경기도보다 높습니다. 경계를 맞대고 있는 옆동네에서 많은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버스기사)의 존재는 경기도 버스 업계의 소외감으로 돌아옵니다.

섣부른 도입, 재정 부담가중 우려
도지사·시장·군수 후보 주요이슈


이런 배경을 이해하면 매년 펼쳐지는 버스 파업의 풍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버스 노동자들이 서울과 비교하며 임금 및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버스 회사는 난색을 표하고, 다시 노동자들은 공공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라 주장하고 첨예한 갈등과 버스 파업을 지렛대 삼은 밤샘 협상 끝에 타결. 매년 이 풍경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울 버스 기사처럼 처우를 개선하면 될 일입니다. 경기도 전체에 준공영제를 도입하면 된다는 말인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도시 전체가 고밀화된 서울과 달리 경기도는 시군마다 도시화 수준이 다르고 적자 노선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섣부른 준공영제 전면 도입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재정 적자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복잡한 경기도 버스 문제는 4년마다 돌아오는 경기도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이기도 합니다. 경기도지사, 시장, 군수가 이 고차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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