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충현초등학교 아이들은 등교하면서 꼭 감자와 방울토마토, 케일 등이 심어진 정문 옆 텃밭을 들른다. 학년별로 종류를 정해 아이들이 직접 일군 성과물이다.
이 학교에는 교내 '숲 지도'가 있다. 수종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데, 지도를 펼쳐놓고 내 주변의 식물이 무슨 기능을 하며 어떤 삶을 사는지 자연스럽게 익힌다.
한화그룹 사회공헌 공모 선정
학교에 미세먼지 방진망 설치
본관내 대형녹화 벽면 등 조성
충현초 학생들이 생명의 고귀함과 다양성을 배우게 된 계기는 정경동 교장을 만나고부터다. 김포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역임하고 작년 2학기에 부임한 정 교장은 "좁쌀만한 싹이 터서 흙 위로 몇 배의 무게를 밀고 올라오는 것만 지켜봐도 인성교육이 된다"고 확신한다.
충현초는 다가올 미래환경을 미리 맞이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생태교육과 디지털 수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충현초는 31개 전체 학급과 도서실·체육관 창문에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나노방진망을 장착했다. 또 교내 5개 거점에는 공기질 측정기를, 본관에는 이끼를 이용한 대형 녹화벽면과 스마트 에어샤워장치를 조성했다. 여기에 드는 전기는 새로 설치한 태양광 발전시설로 충당했다.
충현초는 한화그룹의 사회공헌으로 추진된 환경재단 '맑은 학교' 공모를 통해 이 같은 교육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수도권 통틀어 4개 초교, 경기도에서는 충현초가 유일했다.
정경동 교장 부임후 생태 교육
생명의 고귀함·다양성도 배워
학교 측은 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각별하게 노력했다. 충현초는 지척에 서해안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가 교차하고 학교 옆으로 6차로가 지나가 미세먼지에 취약했다. 광명 일대에 대대적인 개발붐도 일고 있었다.
그러나 맑은 학교 사업을 마친 후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창문을 열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환경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충현초는 올해 광명시 주관 '디지털수업환경개선' 공모사업에도 선정됐다. 2학기부터 교실 두 개가 디지털 수업환경을 갖춘 교육장으로 변모한다.
정경동 교장은 "도시화로 인해 아이들이 식물이나 농작물의 결과물만 알지 과정은 모른다.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이라도 조금씩 재배해보자는 생각에 생태교육을 시작했다"며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내가 주인으로 하는 것과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은 마음가짐부터 과정·결과 등 삶의 모든 게 달라진다. 교장으로 있는 동안 아이들에게 주인의식을 꼭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귀덕·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