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현

구리시는 대통령선거 정국 때마다 민심의 방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한국의 오하이오이자 대선 바로미터 도시로 유명하다. 그동안 시·군·구 단위에서 가장 근접하게 전국 대선 결과를 맞혀왔는데, 득표 순위뿐만 아니라 후보별 득표율까지 전국 개표 결과와 매우 비슷한 수치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선 족집게 지역이란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이재명 후보가 50.10%로 1위, 윤석열 당선인이 46.47%로 2위를 기록해 빗나간 결과를 냈지만, 여전히 구리시장 선거는 정가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6·1 지방선거 구리시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안승남(56) 후보와 국민의힘 백경현(63) 후보의 현직과 전직 시장 간 '4년 만의 리턴매치'가 성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위성도시 성격 짙고 원주민 드물어
정치색 치우치지 않아 민심 미지수


역대 구리시장 선거에서 초선시장이 연속으로 당선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무성 전 시장(무소속)은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당선 이후 차기 선거에서 낙선했고, 박영순 전 시장(당시 새정치국민회의)도 1998년 제2회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다음 선거에서 낙마했다. 백경현 후보(당시 새누리당) 역시 2016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의 영예를 안았지만 2년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안승남 후보에게 일격을 당하며 재선에 실패했다.

지역 정가에선 이 같은 결과가 추진 사업들의 연속성과 동력을 저하시켜 지역발전을 막는 요소가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선거는 민심의 향방도 미지수다. 구리시는 서울 인근에 위치해 베드타운·위성도시 성격이 짙고, 지역 토박이가 거의 없어 정치성향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안, 초선 불구 강한 추진력 인정받아
백, 9급부터 시장직까지 지역서 활동


앞서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안 시장이 5만7천895(60.02%)표를 얻어 백 전 시장(3만8천562표·39.97%)을 누르고 당선됐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와 개표현황을 비교해 보면 총 득표수에서 민주당은 5천여 표가 증가한 반면, 국민의힘은 2만표 이상 증가했다.

또한 2020년 국회의원 선거와 비교해보면 민주당은 1천여표가 감소됐고 국민의힘은 1만5천여 표가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구리 시민들의 선택이 어느 후보로 향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에선 안 후보가 지난 7~8일 이틀간 치러진 2인 경선에서 박석윤 구리시의회 의원을 꺾고 본선 진출권을 따내면서 최종 주자로 확정 지었다.

현직 시장이란 프리미엄을 가진 안 후보는 민선 7기 4년간 초선 시장임에도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구리 한강변 도시개발 및 사노동 한국판 뉴딜(푸드테크밸리 조성) 등 구리시 지도를 바꾸는 사업들을 진행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 경선과정에서 벌어진 네거티브와 안 후보를 제외한 3명의 예비주자 후보 단일화 문제 등 직면한 당내 갈등과 더불어 박영순 전 시장이 민주당 지지자들과 동반 탈당을 감행해 발생한 지지세력에 대한 균열 등의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안 후보는 "굵직한 사업들을 마무리하고 또 추진해야 할 중요한 방향점에 서 있다"며 "그동안 일부 갈등도 있었지만 힘을 모아 민주당 승리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백 후보가 3인 경선에서 김광수 구리시의회 의원, 박영순 전 구리시장을 누르고 최종 후보로 올라섰다.

백 후보는 9급 말단 공무원부터 시작해 선출직 시장직까지 올라서며 구리시에서만 32년간 공직생활로 풍부한 행정경험을 쌓았다. 또한 재보궐선거 이후 2년간 시정을 이끌면서 경기북부 테크노밸리 유치, 수택동 행복주택사업 추진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백 후보도 소송전을 벌였던 박영순 전 시장과 과거의 갈등에서 벗어나 원팀을 구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백 후보는 "지난 4년간 바닥 민심을 다지면서 시민들이 체감할 5대 정책 10대 분야의 공약을 담아냈다. 그 누구보다 구리 발전을 위한 확실한 준비를 마쳤다"며 "박영순 전 시장은 중앙부처 활동, 인맥 등 많은 장점을 가진 분이다. 서로 장점을 잘 융화시켜 함께 발전된 구리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구리/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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