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계양구(桂陽區)는 부평·서구, 김포·부천시, 서울 강서구와 접한다. 인천시 동북부에 소재한 계양산(395m)에서 유래했다. 5C 무렵 이 지역 패권을 쥔 백제는 방어망 구축을 위해 계양산에 성을 축조했다. 서구 일대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을 수도인 하남 위례성까지 운반하는 주요 통로로 이용했다. 고려 고종 2년(1215년) '계양도호부'가 설치되면서 지역 이름이 고착됐다. 1996년 현 명칭의 자치구로 출범했다.
2000년대 초, 대규모 택지개발로 인구 유입이 늘면서 17대 총선부터 갑·을 선거구로 분구됐다. 계산동과 계양동을 비롯해 계양구 북부지역을 기반으로 한 을선거구는 전통적인 진보 정당의 텃밭으로 꼽힌다. '보수정당의 무덤'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선 경력을 쌓았고, 같은 당 소속 현 구청장도 3선 반열에 올랐다.
6·1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계양을이 전국의 관심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패했던 이재명 당 상임고문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다. 국민의힘에선 윤희숙 전 의원 카드가 거론되면서 대항마가 누구일지 관심이다.
지역 민심은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진보 진영에선 대체로 대선 출마 이력을 지닌 거물급 인사가 당선된다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긍정적 평가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보여준 업무수행 능력이라면 분명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연고가 없고, 지역을 모르는 후보가 갑자기 출마를 선언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지역 공약이나 제대로 준비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잠시 몸담았다 떠날 사람이 뭔 애정이 있겠느냐고 한다. 보선에 아예 관심이 없다거나 정치인을 믿지 못하겠다는 냉소적 반응도 있다.
출마 여부는 정치인의 고유 영역이다. 선거는 승자독식의 냉혹한 싸움이다. 패자는 쓸쓸하게 무대 뒤로 퇴장해야 한다. 포장된 명분과 현란한 언변이 정치인의 진면목(眞面目)은 아닐 터이다. 이 고문은 "위험한 정면돌파 결심했다"며 "(민주당의) 전국 과반 승리 이끌겠다"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역사상 가장 후안무치한 피의자 도주계획서"라고 맞받았다. 계양구민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