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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순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前 간행물윤리위원장
국회 인사청문회가 요란한 마찰음을 내더니 윤석열정부 내각이 곳곳에 이가 빠진 채 출범을 단행했다. 장관후보 상당수가 도덕성 자질 등 논란 속에서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새 정부의 국정 초반 승부처는 적재적소의 인사를 꼽는다. 장관후보들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국민적 이목이 쏠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덕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와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려 공석 상태다. 총리 인준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총리 없이 비상 신호등을 켠 채 반쪽짜리 내각으로 개문 발차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능력 위주로 1기 내각 후보를 골랐다고 하는데 전문성과 개혁성은 고사하고 인사청문에서 도덕성과 자격논란 등 의혹만 부각되고 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경우 이틀간의 청문회를 지난주 마쳤지만, 후보자의 로펌 이력을 둘러싼 20억원의 고액 자문료 등 전관예우, 이해충돌 의혹 등 야당과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해명을 내놓지 않아 민주당은 적격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정호영 복지부장관 후보자의 자녀 의전원 입학은 설령 법적 하자가 없다 해도 아버지가 원장·부원장 직책으로 재직 중에 본인의 자녀 둘을 응시하도록 한 것은 낯 뜨거운 노릇이다. 국민 정서나 눈높이에 한참 벗어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조국 전 장관 자녀와 비교, 아빠 찬스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복지부 장관 취임도 하기 전에 후보 개인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복지부 인사청문준비단은 청문회에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무려 69건의 '보도 설명자료'를 쏟아내고 이를 복지부 홈페이지에 배너를 만들어 게시했다.

야당의원들 과한 공세에 우격다짐
후보자들 변명 일관 자료제출 부실
여야 갈등의 장 국민들 보기에 민망


청문회 풍경의 정점은 뭐니뭐니해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답변 태도가 아닐까 싶다. 겸손이 몸에 밴 미국의 지도자들 청문회 태도와 비교되었다. 겸손이나 겸허한 자세가 뭔지 아예 모르는 듯한 오만한 답변이 도마에 올랐다. 한 후보의 부동산 취득 관련 의혹이나 딸의 스펙 쌓기 의혹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당당함을 넘어 오만한 답변은 자신이 수사를 지휘했던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부정사건과 어떻게 다르냐는 야당의 공세 속 절묘한 대비는 청문회장을 여·야 갈등의 장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국민적 기대와는 달리 이미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도 과하게 공세적이거나 발목 잡기식 우격다짐 측면이 없지 않지만, 후보자들의 답변 태도 역시 변명으로 일관한 경우가 많다. 후보자들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은 마치 힘겨루기 대결인 듯 국민 보기에 민망할 정도의 장면이 노출되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협치의 노력이 필요하다. 리더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아닌 진솔한 태도로 상대에게 이해를 구하려는 마음 자세를 보여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이제 '통합'과 '협치'는 국민의 요구이자 시대적 요구다. 윤석열 정부가 인사문제에서 야당과 협치를 보이려는 노력보다는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향후 여소야대 정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우려가 된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유독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따로 있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의 표차로 승자가 된 윤석열 정부의 협치와 통합노력에 국민적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존중·배려… 우리와 사뭇 달라
'합리적인 진행' 제도개선 필요 시점

미국의 청문회는 우리와는 같은 듯 다른 모습이다. 미국 인사 청문회는 후보 자신의 배우자나 형제, 자식 등 가족이 후보 바로 뒤에 앉아 진행된다. 주로 후보와 의원 간의 존중과 배려 속에서 후보의 능력과 자질, 가치관 검증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후보의 도덕성 시비를 빌미로 망신 주기 청문회장을 방불케 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반대만을 위한 반대', 이에 질세라 오만과 불성실한 답변, 채택 보고서 없는 인사 강행이 난무하지도 않는다.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시 정부가 일방적으로 인사를 강행하는 악순환적 관행을 바라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합리적인 인사청문회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 능력과 도덕성 검증에 눈살을 찌푸릴 일 없는 청문회 풍경을 보고 싶다.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인사청문회를 향한 기대는 너무나 큰 바람이려나.

/김정순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前 간행물윤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