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9일에 치러진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는 잡음 없이 마무리되었다. 0.73%p의 근소한 표차로 석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개표종료 직후에 즉각 패배를 선언한 것이다. 1년 전의 미국 대선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미국처럼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모 유명 시사주간지가 지난달 중순에 심층 분석한 여론조사에서 "한국 정치의 정서적 양극화와 정책선호도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나 비호감 당파성은 미국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결론을 맺었다. 한국 유권자들의 정치적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특정 후보가 싫어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다. 특히 20대 유권자들의 정치적 편향성이 더 선명했다. 내 편이 아니면 평생 동지라도 서로 간의 말 섞기를 꺼리는 실정이니 말이다.
글로벌 시장경제 붕괴·부의 불평등 늘어나
정치지형까지 변화… 韓, 국가재정 큰 타격
청년세대들의 우리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 부설 비교조사연구소의 '월드 벨류 서베이' 조사결과가 눈길을 끈다. 1981년부터 5년마다 한 번씩 세계 100여 국가 사람들의 가치관 등을 조사해서 발표하는데 한국의 16∼24세 1천200명 대상의 7차 조사(2016∼2020년)에서는 '노력을 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8%로 20년 전보다 무려 2.5배나 높았다. 2차 조사(1990∼1994년)의 경우 동일한 질문에 대한 한국 청년들의 응답 비율은 8.4%였다. 같은 질문에 대한 100여 국 청년들의 평균 답변비율은 2차 조사의 16.0%에서 7차 조사에서는 오히려 14.7%로 떨어졌다.
선진국들의 정치적 양극화는 경제발전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가 배경이나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신자유주의가 탄생시킨 소수의 글로벌 슈퍼 뱅크들이 다투어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내가 이기고, 뒷면이 나오면 네가 진다"는 폰지게임 방식으로 세계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것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막대한 재정적자 때문에 대신 양적 완화와 제로 금리 등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풀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승자독식까지 가세하면서 분배구조는 더욱 악화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의 약진이 상징적인 사례이다. 코로나19 재앙은 설상가상이어서 각국 정부가 또다시 마구잡이로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b)는 금융위기 후 5년 동안 풀었던 통화량과 유사한 규모의 돈을 코로나 팬데믹 3개월 동안에 풀었다. 전 세계에서 부동산, 주식을 비롯한 모든 자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금융위기 이후 잠복기를 거친 인플레이션의 보복이 본격화한 것이다.
尹정부, 소상공인 손실액 54조원 마련해야
지선후보들 지방재정 얼마나 훼손하려 들까
시장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 붕괴와 부의 불평등 확대는 정치적 양극화를 자극하는 등 정치지형까지 바꾸었다. 한국에서는 국가재정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한 국가채무가 2017년의 660조2천억원에서 2022년에는 1천75조7천억원으로 문재인정부 5년 동안에 415조5천억원 증가했다. 직전 박근혜정부(2013~2017) 때보다 무려 28% 이상 높다. 덕분에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율은 재정위기 상태인 그리스보다 높아졌다. 대다수 국가들이 정부가 국가채무비율을 낮춘 것과 대비된다.
3·9선거에서 대선 후보들의 소상공인 코로나19 피해보상금 증액 경쟁은 목불인견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시작부터 소상공인 551만명의 손실액 54조원을 마련해야 한다. 갈수록 정치 양극화 비용이 증가해 큰일이다. 6·1지방선거에서는 얼마나 많은 후보들이 지방재정을 훼손하려 들지 궁금하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