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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지역자치부(부천)차장
"아들뻘 되는 사람한테 범법자 소릴 듣고 한숨도 못 잤습니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70대 A씨는 "아무리 사회정의를 위한 행정이라지만 공무원들의 행실이 도를 넘은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려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부천 원종동에 공동주택을 지어 분양 중인 A씨는 자신이 건설한 건물 1층 외벽에 분양홍보 현수막을 불법으로 부착했다가 단속됐다. 최근 부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20~30대로 보이는 공무원 2명이 단속을 나왔는데, 현수막 철거 과정에서 막말과 함께 범법자 취급을 당했다는 것이다.

A씨는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까지 보여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사진에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공무원들이 현수막을 철거하는 광경이 담겼다. 신분증을 들이미는 모습도 있었다. 지정된 게시대 이외의 모든 현수막은 단속 대상이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A씨는 법을 위반했다. 개발붐을 타고 도심 곳곳에 출몰하는 현수막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닐 공무원들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법 위반에도 무게가 각기 다르고 내용은 더욱 천차만별이다. 그중에는 차량 정지선 침범 단속처럼 인식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의 규범도 있다. 현수막이 그렇다. 행정기관들의 홍보를 위해 혹은 정치인들의 정치행위를 위해, 또 영세사업자들의 광고행위를 위해 불법 현수막을 일정 부분 눈감아준 게 사회 통념이었다. 주민들의 민원 제기로 단속을 해야 했다면 철거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면 그만이다.

불법 현수막을 많이 내걸수록 행위자의 과태료 부담은 증가한다. 위반이 반복된다면 고발도 할 수 있다. 현장에서 꾸짖을 사안이 아니다. 불법 현수막을 단속당한 정치인이나 정당이 시청의 항의를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A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에만 수억원의 세금을 성실히 낸 시민이라고 자부하는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시민의 봉사자'라는 사명을 망각한, 과도한 행정행위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상훈 지역자치부(부천)차장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