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열렸던 한동훈 인사청문회 파문의 일파가 만파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처음부터 부적격자로 낙인찍고 별렀던 청문회였다. 검수완박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 비리 수사 검사였던 한 후보는 민주당의 눈엣가시였다. 마침 특정 언론에서 한 후보의 고교생 딸이 쌓아온 '스펙'에 의혹을 제기해 멍석을 깔아주었다.
청문회 결과 민주당이 참담해졌다.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 딸의 논문 공저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착각했다. 가족 비리에 집착한 탓으로 보인다. 기발하고 기민한 패러디가 넘쳤다. 조모 교수면 할머니, 장모 교수면 외할머니라는 식이다. 계모 교수였으면 한 후보자가 졸지에 재혼남이 될 뻔했다는 조롱이 압권이다.
최강욱 의원도 '한○○'으로 익명 처리된 기부자 이름을 한 후보의 딸이라고 추궁했다가, 한 후보자가 '한국쓰리엠'이라 정정해주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다. 법인이 기부한 중고 노트북의 실제 기증자가 한 후보자의 딸이기를 간절하게 원했던 듯싶다. '한○○○○'으로 글자 수대로 표기하지 않은 작성자를 원망할지 모르겠다. 이수진 의원은 맥락 없는 횡설수설과 고성으로 음주 청문 의혹을 자초했다.
김·최·이 의원은 한동훈 잡으려다 자기 눈을 찔렀다. 한 후보자에 대한 맹목적 증오와 혐오로 확증편향에 빠져 기초적인 사실을 착각하고 오독한 탓이다. 정적을 향한 적개심으로 분열된 작금의 정치 풍토에선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는 현상이다. 실제로 선거 때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황당한 거짓말이 사실로 포장돼 창궐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만찬에서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와 대화하며 파안대소하는 사진이 보도되자 민주당 지지자들이 "좋아 죽겠냐" "웃음이 나오냐"며 발끈했단다. 잔칫날 웃지 싸워야 하나? 김부겸 국무총리도 만찬에서 큰 실수를 했다. 건배사에서 '윤석열 정부'를 '문재인 정부'로 말했다. 곧바로 실수를 수정했고,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웃음과 박수로 받아넘겼다. 누군가 민주당 지지자들처럼 정색했다면 대통령 취임식이 망가졌을 것이다.
정치를 대통령 취임 만찬처럼만 한다면 블랙코미디 '한동훈 청문회'는 없었다. 민주당의 한동훈 청문회 트라우마가 오래 갈 듯싶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