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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둘째 날 청와대 비서관들과 오찬을 하고 경내를 산책했다. 다음날 모든 조간신문이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 참모진이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는 장면을 사진기사로 전했다. 화창한 봄날 오후 재킷을 벗은 와이셔츠 차림에 커피잔을 든 대통령과 참모진의 환한 얼굴, 격의 없는 모습이 인상 깊게 각인됐다.

언론은 '파격 소통'이라고 추켜세웠다. 수석이 아닌 비서관이 대통령 맞은 편에 앉아 겸상했다. 취임 첫날 일정은 대통령 페이스북 계정에 모두 공개됐다. 국민과 소통하고 국정 운영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고 평했다. 대통령은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 행보는 예상과 달랐다. 기자들과 마주하기를 꺼렸다. '불통 공주'로 불린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더했다는 박한 평가도 있다. 퇴임 전 코로나 19 창궐을 아쉬워했으나 궁색한 변명이다. 참모들과 함께 소공원을 산책하는 후속편은 연출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과 첫 회의를 하는 장면이 보도됐다. 참석자 대부분이 재킷을 벗은 흰색 와이셔츠 차림이다. 윤 대통령은 "각자 복장도 자유롭게 하자"며 웃옷을 벗어 가벼운 분위기를 유도했다. 책상에 놓인 자료 앞부분을 소개하면서 "무슨 법정 개정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즉답을 하는 모습도 중계됐다. 첫 출근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오늘 둘째 날이다. 열심히 일해야죠"라고 가볍게 넘겼다. 미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가 출퇴근 길에 출입기자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대통령실에서도 보게 될 것이란 기대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출입기자들 접촉이 어려운 구조다. 행사 취재는 '풀(pool) 기자단'을 구성해 순번 취재한다. 사정이 이러니 대변인이나 수석 발언을 대통령 뜻으로 포장하는 기사가 관행이 됐다. 기자회견은 연례행사가 되고, 출입기자들 얼굴도 모른 채 임기가 끝나고 만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가려면 1층 기자실을 거쳐야 한다. 국정이 꼬이고, 고위 공직자들이 사고를 치면 기자들 입을 틀어막고 싶을 것이다. 괴롭더라도 피해선 안 된다. 출·퇴근길 즉문즉답이 일상화돼야 한다. 국민과 자주 보는 게 소통이다. 대통령 의지에 달렸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