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지향점과 철학을 반영한다. 여론은 감동도 참신함도 찾아보기 어려운 인사라며 인색한 평가다.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으로 대표되는 1기 내각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국민들 눈에는 과거로 회귀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일부 후보는 '내로남불' 시비에 휩싸였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사퇴했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는 아직 논란 속에 있다. 또 검찰 출신을 대통령실에 전면 배치한 것도 불편하다. 공직기강과 총무, 인사, 법무까지 핵심을 검찰 출신이 꿰찼다. 여성은 씨가 말랐다. 장관 18명 가운데 1명, 청와대 비서관 39명 가운데 3명, 차관 41명 가운데 2명에 그쳤다. 전문성과 능력을 고려했다지만 심각한 불균형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가 보여준 빈곤한 인사 철학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또한 비판 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거대 의석을 앞세워 협치와 반대되는 행보를 걷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출범한 새 정부는 장관 18명 가운데 7명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역대 정부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발목잡기'라는 공세에 민주당은 항변하는 게 쉽지 않다. 국무총리 인준 또한 정치대결로 전락했다.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후보 지명 이후 줄곧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적격 인사'라며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尹정부 출범후 '강대강' 국면 장기화
'부적격 인사' '몽니정치' 국민 피해
국민의힘은 총리 인준을 미루는 배경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와 연계한 발목잡기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한다. 코로나19 손실 보상에 필요한 추경안(59조4천억원)을 설명하는 자리다. 총리 인준을 위한 본회의는 16일 이후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전에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집약할 계획이다. 그동안 당내 강경파들이 첨예한 이슈를 주도해 왔던 전례를 감안하면 총리 인준 또한 반대로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총리 공백과 '강대강' 국면은 장기화하고 민생현안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부적격 인사'와 '몽니 정치' 사이에서 국민만 멍드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 국정을 책임졌던 여당이었다. 비록 정권이 교체돼 야당으로 전환됐지만 국회 의석을 감안하면 사실상 여당이다. 국민들이 정권교체 이후 우려했던 건 민주당이 국회의석을 앞세워 국정을 발목잡지 않을 지였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은 0.78%p 차이로 정권을 교체했다. 0.78%p에 담긴 뜻은 협치다.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이나 거대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나 둘 다 교만하지 말라는 경고다. 국민들은 상호 존중과 타협을 바탕으로 큰 정치를 명령했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국민들 목소리에 답해야 한다.
정권교체 '0.78%p' 담긴뜻은 협치
국힘·민주 둘다 '교만말라'는 경고
'존중·타협' 국민 목소리에 답해야
국민의힘은 양보, 민주당은 협치에 나서야 한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은 그 첫걸음이다. 국민의힘은 정호영을 양보하고 민주당은 한덕수 인준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민주당 또한 총리 인준을 다른 장관 후보와 연계한다는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한다. 만일 여당이 주장하듯 그런 의도라면 비난을 면키 어렵다. 한덕수 후보에게 흠이 있더라도 기회를 주는 게 여론에도 부합한다. 윤석열 대통령을 초보 운전자라고 비판만 해서는 답이 없다. 초보 운전자가 모는 버스 승객이 국민들이기에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협치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국정운영 파행으로 인한 피해자는 국민이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우리가 인정할 수 없는 총리와 부적격 장관 후보자를 임명한 것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자"며 조건 없는 인준 표결을 제안했다. 여기에 답이 있다. 국민들이 심판하는 게 옳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유능제강: 柔能制剛)'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택한 것도 지난 5년 동안 일방통행에 대한 심판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