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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코로나19 발생 2년 반만에 방역 총력전에 돌입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폐렴'으로 최초 발생한 때가 2019년 11월, 북한은 2020년 1월 국경을 봉쇄했다. 지난 11일까지 확진자가 단 1명도 없는 코로나 청정국이 바로 북한이었다. 그랬던 북한이 지난 12일 느닷없이 "우리의 비상방역전선에 파공이 생기는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이 발생하였다"고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유열자' 발생 추세는 가파르다. 12일 1만8천여명, 13일 17만4천400여명, 14일 29만6천여명이 새로 발생했단다. 유열자가 정확한 검사를 받은 확진자를 의미하는지 모호하다. 유열자를 단어 그대로 발열 증상자로 해석하면, 실제 감염자는 추정 불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열병식에 북한 전역에서 대규모 군중이 평양에 집결했다가 흩어졌으니 특정 지역 봉쇄로 해결될 가능성도 적다.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라지만 북한의 사정을 고려하면 치명적인 재앙이 우려된다.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면서 코로나19 방역도 포기했다. 감염검사와 백신접종이 없었고 치료제는 없다시피한 모양이다. 북한 주민들은 코로나19의 순결한 숙주인 셈이다. 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지난해 연말 공개한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영양결핍 인구 비율이 42.2%로 세계 최악 수준이다. 의학적으로 영양결핍은 면역력 결핍과 동의어다.

북한의 방역 수준이 애처롭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높은 정치의식으로 비상방역사업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1호 약품' 기증으로 당 간부들의 약품 기부를 독려했단다. 노동신문은 '고려치료방법'이라며 패독산, 안궁우황환, 삼양우황청심환 등 한약 처방은 물론 금은화(인동초 덩굴 꽃)와 버드나무잎 등 민간요법도 소개한다.

전세계에 백신이 넘쳐나고 치료제가 개발된 마당에 조선시대 혜민서 수준의 한방 방역은 시대착오적이다. 국내 백신 잔여량이 1천477만회분에 이르고 지난달까지 폐기된 백신만 233만회분이 넘는다고 한다. 북한 당국의 핵·미사일 무력시위는 엄중 대처해야겠지만, 북녘 동포를 위한 인도적 지원을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백신 지원 의지 표명은 당연하다. 북한이 받을 것인지 주목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