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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되도록 아직도 내각이 구성되지 않았다. 이례적인 일이다. 거대 양당의 기 싸움과 정치 셈법이 다른 게 원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겉으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상은 민주당의 반대에도 장관 임명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것이고, 민주당의 진짜 속내는 한덕수 총리 후보자가 아니라 한동훈 법무장관의 낙마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여당이 대장동과 탈원전 정책을 빌미로 검찰을 동원하여 정치 보복을 시도하려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잘잘못을 떠나 고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에서 보듯 정치 보복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부패와 부정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해서 차후에 정책을 핑계로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려는 오랜 관행을 끊어내고, 이를 통해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당의 전략은 한덕수 총리 인준을 대가로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 철회를 얻어내고 싶은 것이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입장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총리를 포기하더라도 한 법무 임명을 단행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만일 양당의 숨은 의도가 이러하다면 총리 인준과 내각 구성은 한참 더 뒤로 밀리고 그 시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시와 소설을 비롯해서 역사서 등 문자 텍스트를 놓고 이리 읽어보고 저리 생각하면서 진짜 숨은 의도와 맥락을 읽어내려는 오랜 독서습관이 이런 판단을 내리게 된 근거인데, 이것이 글쟁이의 허황된 문학적 상상이길 바랄 뿐이다.

이 같은 양당의 치킨게임을 지켜보면서 문득 임진왜란 당시 당파의 이익과 정치적 이해에 밀려 동인과 서인이 전쟁의 가능성에 대해 다르게 판단을 내리는 바람에 7년간 전쟁의 참화를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동인 김성일과 서인 황윤길의 엇갈린 보고와 주장이 그것이다.

정치의 목표는 국민의 삶을 돌보고 국익을 실현하는데 있어야 하는데, 정당의 목표는 정권 쟁취와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쥐는 당익(黨益)에 우선권이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인플레·환율·고물가·에너지·식량 등 심각한 경제위기가 목전인데,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 속히 대타협을 이루고 국정 현안에 전념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