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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명상학교 수선재 회원
어젯밤 늦은 시간에 산책을 해보니 집 근처 상가 맥줏집에는 몇몇 테이블에 사람들이 여러 명씩 모여 앉아 있었다. 극히 일상적인 장면인데 오랜만에 마주하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겪어 온 어려움들이 떠올랐다. 가시적 경제성장의 후퇴보다도 정작 수치나 통계 자료로 측정하기 어려운 개개인의 외로움과 단절로 인한 무기력감 같은 심적 고통이 우리의 삶의 질을 더 크게 악화시켰을 거라 생각한다. 코로나는 지나가도 언제고 새로운 위기를 만날 수 있으니, 신체의 면역력과 더불어 마음의 내공을 키우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해진 것이다. 위기에 처해야 사람의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이처럼 외부와 단절된 시기에 심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사람들을 보면 정서적인 독립을 이룬 사람들로, 이른바 홀로서기가 완성된 경우이다.

반면에 나는 겉으로는 단단한 척 살아왔지만 속은 물러서 군중 속의 외로움이란 게 순간순간 낯설고 두려웠다. 성장기를 돌이켜 보자면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욕구가 채워지지 않자 결혼이라는 우회로를 택했고 그럼에도 내면의 결핍을 채우지 못해 마음속은 살짝 달그닥거리곤 했다. 게다가 아이가 자폐성향이 있어 특별한 육아를 하면서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힘겨워졌고 때마침 명상이라는 것을 만나게 됐다. 


'특별한 육아' 지쳤을때 접해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감정도 일어나지 않아


처음엔 뭔가 외부적인 요소로 손쉽게 나를 채우려는 요행심이 없지 않았다. 도깨비 방망이를 찾는 어리석은 바람은 끝없이 무언가에 의존하게 만들었고 생각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내가 온전한 명상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의 단체에 입회한 후에 느리고 깊은 단전호흡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나의 의지와 의식으로 내면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처음엔 집중도 안 되고 이제까지 쉬어 온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으며 맑고 편안해진 내 모습은 그려지지도 않았다. 정해진 단체 수련을 하고 매일 잠들기 전에 짧게나마 단전호흡을 하면서 작은 가능성과 힘이 생겨났다. 모든 것은 외부에서 또는 타인에게서 구할 필요 없이 이미 내 안에 다 있다는 확신도 생겼다. 그러니 더 이상 무언가를 갈구하지 않고 주변 환경을 탓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기대와 원망을 뒤섞는 감정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던 먹구름이 차차 사라졌다. 분명히 이전보다 편안한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언제나 뭔가 2%쯤 못마땅하던 배우자가 그럭저럭 좋아 보이고, 제 기대에 못 미쳐 답답하던 큰 아이는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였으며, 자라면서 친밀감이 줄고 묵묵해지는 게 아쉽던 작은 아이는 새삼 어른스럽고 든든했다. 이렇듯 내가 편안해지고 부드러워지니 주변도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편안해지고 확신도 생기니
주변도 부드러워지는 것 느껴


단전호흡은 천천히 깊고 고르게 하는 호흡이다. 참기 힘든 일이 있을 때 심호흡을 세 번 하라고 한다. 그만큼 깊은 호흡은 몸과 마음에 평정심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우리가 신생아일 때는 복식호흡을 하지만 점점 호흡의 깊이가 얕아져 흉식호흡을 하게 되고 늙어 죽을 때에 가서는 숨이 목에서 오락가락 한다고 한다. 호흡의 깊이가 바로 생명력인 것이다. 깊게 호흡을 하면 자연히 조금은 느려지게 되는데 의식적으로 조금 더 느리게 하는 호흡도 좋다. 보통 2년을 사는 생쥐는 분당 100회 정도 빠르게 호흡하지만 장수 동물인 거북이나 고래는 1분당 호흡수가 겨우 3~4회 정도이다. 1분간의 호흡수와 평균 수명은 직결되어 있다. 숨을 느리고 깊게 쉬어 보자. 글을 읽는 지금 바로 해보자. 습관처럼 매일 잠깐이라도 단전호흡을 하면 일상에 평안과 부드러움이 늘어난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자신을 계발하고 균형적인 삶을 살기 위한 고급기술로서 명상은 꼭 필요하다. 아름다운 5월, 이달 21일 '세계 명상의 날'을 맞아 청량한 바람 같은 명상을 추천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K-POP·K-CULTURE, K-FOOD가 각광 받는 시기에 K-MEDITATION을 시작하는 건 어떨까. 생활 속 명상을 통해 인류가 균형 있고 조화로운 모습으로 진화하여 지구별에 고품격 시대가 앞당겨 오기를 기원해 본다.

/정미경 명상학교 수선재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