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_-_오늘의창.jpg
김우성 지역자치부(김포) 차장
"우리에게도 생소했던 수사였습니다."

김포 지적장애인 시신 암매장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건은 숨진 피해자뿐 아니라 피의자들도 지적장애가 있거나 수사과정에서 경계성 지적장애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생소하다는 발언은 피의자들의 진술패턴과 피해자를 둘러싼 사건전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피의자들은 책임 전가하는 것 없이 순순히 범행을 진술했다. 더러 진술이 오락가락하기도 했으나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가 아닌 지적장애에서 비롯된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피해자 부인이 남편의 실종신고를 하지 않은 것도 부인의 지적장애가 원인으로 지목됐고, 피해자가 피의자들과 별다른 이유 없이 동거한 이유도 지적장애라는 공통분모로 뒤늦게 설명이 됐다.

수사 측면에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패턴이 노출됐다. 피해자가 숨지기 두 달 전 그에 대한 감금·폭행신고가 접수됐지만, 현장에서 자취를 감춘 피해자가 경찰과의 전화통화에서 피해 사실을 적극 부인하는 바람에 사건이 아무 일 없이 종결됐다. 출동 경찰관들은 통화상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던 피해자의 장애 여부를 알 수 없었다. 비장애인과 외양적으로 구분이 안 되는 지적장애의 특성 때문이었다.

경찰에는 지적장애인을 조사할 때 가족 등 신뢰관계인을 동석하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최근 의정부 일대에서 감금 폭행당하다 구출된 지적장애인은 부모를 동석시키고 나서야 피해진술을 시작했다. 암매장사건 피해자의 감금·폭행 신고 당시에도 범행장소와 멀지 않은 곳에 피해자가족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가이드라인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일선 경찰들에 생소했고, 이마저도 장애 여부 자체를 파악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었다.

산나물을 캐던 주민이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다 죽음에 이르고 야산에 파묻힌 피해자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누구나 누려야 할 사회안전망에서 그는 소외돼 있었다.

/김우성 지역자치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