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가족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싶죠…."
16일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한 고시원에서 홀로 사는 지청현(66·가명)씨. 5월 가정의 달과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늘어난 가족 모임은 지씨에겐 꿈 같은 얘기다.
친척도 연락 끊고 사는 60대 지씨
실명 겹쳐 구직활동도 쉽지 않아
그는 유일한 혈육이었던 어머니가 2007년 돌아가신 후 혼자가 됐다. 형제도 없고, 친척과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그가 사는 고시원은 두 사람이 들어가면 몸을 옆으로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방에 들어서자 4.9㎡ 남짓 되는 공간에 초라한 살림살이가 눈에 띄었다.
그가 가진 것이라곤 라면 몇 봉지와 믹스커피, 옷 몇 벌 등이 전부였다.
젊었을 때는 구둣방과 커피숍 등을 운영하며 성공을 꿈꿨지만, 사업 실패 이후 현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비 60여만원을 받으며 생계를 잇고 있다.
이마저도 월세 33만원을 내면 손에 남는 건 겨우 한 달을 버텨낼 만한 식비뿐이다. 게다가 그는 12년 전 질병으로 한쪽 눈까지 실명되면서 현재는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지씨는 "주로 고시원에서 제공하는 밥이나 가지고 있는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며 "돈이 생겼을 때 돼지고기를 사서 볶아 먹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어 "홀로 지낸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남들과 어울리는 게 많이 힘들다. 자격지심도 생기고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잦다"며 "남들처럼 가족과 시간도 보내고 일도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홀몸어르신 40%가 우울증 겪어
지자체, 돌봄서비스 적극 알려야"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13%)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1년 자살예방백서'를 보면 우리나라 10만명당 노인 자살률은 OECD 1위(46.6명)로, 평균보다(17.2명) 2.7배나 높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관계망이 축소되고 정서적 교류가 적어지면 우울증 위험이 커진다"며 "홀몸 노인 중 40%가 우울증을 겪는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의 돌봄 서비스 등을 노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밖으로 나와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