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직장인들 우스갯소리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부장(똑부), 똑똑하고 게으른 부장(똑게), 멍청하고 부지런한 부장(멍부), 멍청하고 게으른 부장(멍게)이 있다. 4가지 유형 중 당신의 상사라면 좋을 타입은 누구인가. '똑게'가 최상이고, '멍부'가 최악이라고.
'똑부'는 탁월한 업무 처리 능력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고 뛰어난 성과를 내지만 부하들을 피곤하게 한다. '똑게'는 늦은 출근에 칼퇴근이나 탁월한 능력으로 직원들 부담을 덜어주고 성과를 올린다. '멍부'는 일찍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직원들을 힘들게 하나 사고만 치고 성과는 바닥권이다. '멍게'는 능력도 안 되고 게으르지만 그렇다고 성과를 내라며 직원들을 몰아치지 않는다.
대통령 출근 시간을 두고 여·야 공방이 거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9시 12분에 대통령실에 도착한 사실을 두고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 9시 넘어 출근하는 등 2차례 지각했다고 꼬집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9시 전에 출근도 안 한다"면서 "시민 불편이 심각하다고 하니 아예 매일 일부러 지각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라고 비판했다.
방송인 김어준은 "9시 넘어 용산에 도착했는데 지각이라 하지 뭐라고 하냐"며 거든다. 청와대 있을 땐 맞는데 출퇴근을 안 하면 어떻게 하느냐, 24시간이 업무라는데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도 업무로 봐야 하냐며 다른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공세는 안보 분야로 번졌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3발을 발사했는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조차 열리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도 6시 땡치고 퇴근했다고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발언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북한 미사일 도발 때 일찍 퇴근했다는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밝혔다며 저녁 늦게까지 집무실에서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업무는 24시간 중단되지 않는다, 출퇴근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에 머문 전임자들은 출퇴근 개념 자체가 없었다. 대신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됐다. 재택에, 탄력 근무가 일상화된 때에 대통령이 지각을 했다고 호들갑이다. 청와대를 개방한 용산 시대가 못마땅하다는 방증 아닌가.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