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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의 국민 학살 만행인 광주사건을 역사적으로 정립한 주역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수 정권인 김영삼(YS) 문민정부였다. 1995년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12·12 군사반란과 광주 학살 범죄의 공소 시효를 정지했다. 특별법 덕분에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검찰이 포기했던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을 역사의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당시 집권여당 신한국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YS의 민주계가 주류였기에 가능했다. 신군부 정당과의 3당 합당을 비난하는 여론을 향해 "호랑이를 잡으려 호랑이굴로 들어갔다"던 YS는 정말로 호랑이를 잡았다. 보수진영은 광주사태, 진보진영은 광주항쟁으로 달리 불렀던 광주 민주화운동은 그때 비로소 '5·18민주화운동'이라는 법적 명칭으로 역사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보수정당은 그때 확실하게 12·12와 광주만행의 업보와 결별해야 했다. 하지만 늘 극단적 소수가 문제이다. 일단의 극우 인사들은 역사적 진실을 왜곡했다. 광주의 배후에 북한의 그림자가 있다고 우겼다. 반자유, 반민주, 반인권적 만행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와 증언을 무시하고 확증편향으로 역사의 진실과 맞섰다. 보수 정당은 어차피 표가 안 나오는 호남의 상처 치유에 소극적이었다. 그렇게 5·18과 광주와 호남은 보수 정당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주시민들과 함께 제창했다. 대통령실 참모와 장관, 국민의힘 의원 전원과 동행했다. 보수 정권과 정당의 5·18을 향한 예우로서 전례 없이 극진했다. 당연한 일이 너무 지체됐다. 자유 대한민국의 민주와 인권수호 의지를 확인하는 국가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적절성을 따질 이유가 뭐란 말인가.

광주의 비극이 발생한 지 한 세대를 훌쩍 지나 40여년이다. 광주가 보수와 진보의 국경이 되어 상처받는다면 역사적 퇴행이다. 5·18과 광주정신은 민주주의의 보편적인 가치이자 상징이다. 광주를, 5·18을 진보가 독점해 온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한결같은 진심으로 굳게 닫혔던 '성지'의 문을 열어내길 바란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