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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시인
홍세태(1654~1725)는 천민 시인으로 조선 후기, 효종 때 무관인 홍익하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년시절부터 양반들과 다르지 않은 수학과정을 거쳤다. 일찍부터 서당에 다녀 5세 때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8세쯤에 글을 지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한다.

기록 중에는 그의 출신을 다르게 전하는 기록도 있다. 성대중의 '청성잡기(靑城雜記)'에는 홍세태가 이씨 집안의 노비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농사일을 게을리 한다 하여 주인이 그를 죽이려는 것을 그의 시를 높이 평가하던 김석주와 이항이 돈을 주고 노비의 신분을 벗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홍세태는 두 사람을 부모처럼 받들었다고 전한다.

경우야 어떻든 글공부를 열심히 하던 그는 1675년 3년마다 실시하던 식년시 잡과, 기술직을 뽑던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한학관에 뽑혀 중국어를 양반들에게 가르쳤다. 그는 동갑내기인 김창흡, 이규명 등을 비롯한 사대부들과 시를 짓고 함께 감상하는 낙송시사(洛誦詩社)를 만들어 우정을 쌓았다. 

 

글솜씨 뛰어나 사대부들과 어울려
외국사신 동행 의전에 관한 글 전담
지방목장 관장 종6품 감목관 지내


그는 1682년 통신사 윤지완을 따라 일본에 다녀왔으며 1698년에 역과 합격 때에 제수된 이문학관에 실제로 부임하게 되었다. 이문학관이란 조선시대 승문원에 속하여 외교문서를 처리하는 벼슬로 중국으로 가는 외교문서를 작성하는 일을 맡아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온 중국사신이 조선의 시문을 보고자 했을 때 좌의정 최석정이 숙종에게 그의 시를 추천하여 홍세태는 임금의 호감을 사게 되었다. 그 일로 제술관에 임명되는 행운을 얻기도 했으나 호사다마라 할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삼년상을 치르느라 사직하였다. 다시 관계에 나간 것은 1702년이었다.

그 후 홍세태는 1705년 둔전장(屯田長)이 되고 1710년에 통례원인의(通禮院引義)에 임명되어 어전의 조회와 의례에 관한 일을 맡아보게 되었다. 1713년에는 서부주부 겸 찬수랑(西部主簿兼纂修郞)이 되었고 1715년에는 제술관이 되어 외국에 사신을 파견할 때 동행하는 수행원으로 의전에 관한 글을 짓는 일을 전담했었다. 그가 중국을 다녀와서 지은 시 부산가(釜山歌)에는 북경의 풍광이 잘 묘사되어 있다. '북경 시장엔/비단과 낙타로 북적이고/초량항의 아침에는/비단돛배들이 많구나/배 갑판에는 볼 때 마다/섬나라 아이 춤추고/언덕 위에는 간간이 북쪽 길손 노래 들리네'라는 시를 읽노라면 북경을 이리저리 배회하는 홍세태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1716년 의영고주부(義盈庫主簿)가 되었으나 곧 파직되고 만다. 파직 이유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아서 알 수가 없다. 파직 후에 그가 재능에 비해 궁핍하게 사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이광자의 도움으로 1719년 울산감목관(蔚山監牧官)이 되었다. 감목관이란 지방의 목장에 관한 일을 관장하던 종6품의 외직이었지만 교통, 군사, 축산 등에 말이 중요한 가축이어서 전국적으로 말을 사육하는 목장이 설치되고 이를 관리하는 감독관이 필요했던 것이다.

평생 가난과 모든 형제 잃는 불행도
시풍 큰 영향… 암울한 詩 여러 편


홍세태는 평생 가난하게 살았다. 8남2녀가 모두 앞서 세상을 떠나고 불행한 삶을 이어갔다. 궁핍과 불행은 그의 시풍에 큰 영향을 끼쳐 암울한 시를 여러 편 남기게 되었다. 중인 신분으로 겪게 되었던 좌절과 사회 부조리는 그의 시에 갈등구조로 나타나게 되었으며 우수와 분노를 드러내게 되었다. 그는 비절하고 그윽한 서정의 세계를 그려내는데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그는 위항문학(委巷文學)의 발전을 위해 애를 썼다. 중인층의 문학을 옹호하는 천기론(天機論)을 전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위항인의 시를 모아 '해동유주 海東遺珠'라는 위항시선집을 간행하였다. 위항문학이란 중인 서얼 서리 출신의 하급관리와 평민들에 의해 이루어진 문학을 말한다.

그의 시 신라고성은 감목관 시절의 시편이다. '옛 목장에 봄이오니 푸른 풀들이 돋아나고/무너진 성의 저녁볕은 신라왕의 안부를 묻네/평원의 끝 구름 낀 모래밭을 응시하니/해거름의 아득한 말떼들이 바람결에 흐느끼네' 말을 사육하며 느낀 정서를 서정적으로 풀어낸 시편이다. 목장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김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