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거운동 첫날인 19일 오전 8시30분 수원시 영통구 자택에서 만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하늘색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두툼한 백팩을 어깨에 멘 모습이었다. 그의 얼굴은 약간 긴장한 듯 보였지만, '잠을 잘 잤느냐'는 기자 질문에 "푹 잤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당역에서 아주대 총장시절 졸업생 만나 반가운 인사
이날 김 후보의 드레스 코드는 정장. 수원에서 열린 출정식과 더불어 GTX 공약을 발표를 앞둔 만큼 진정성을 전하려는 의도였다. 김 후보는 이날 자정 사당역에서 경기도 버스를 타는 경기도민들을 만나는 것으로 선거운동의 문을 열었는데, 해당 일정은 자신이 내세운 교통 공약을 다짐하고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김 후보가 직접 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후보는 사당역에서 첫 선거운동을 하면서 뜻밖의 사람도 만났다. 아주대학교 총장 시절 자신한테 석사 학위를 받은 졸업생을 만난 것. 그는 "(그 친구가) 먼저 다가와서 졸업식에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곡을 불렀던 얘기를 했다. 너무 반가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집을 나선 그는 '기호 1번 김동연'이 적힌 파란색 점퍼를 입고 곧장 수원 못골시장과 미나리광장시장으로 이동해 상인들과 만났다. 서민 출신인 김 후보는 "자신의 어머니도 시장에서 행상을 했다"며 전통시장을 방문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마주친 상인, 도민 등에게 눈을 마주치고 명함을 건네며 인사했다. 그런 김 후보를 본 이들은 기념 촬영을 요청했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전통시장을 자주 오느냐'는 질문에 김 후보는 "그럼요, 평소에 장은 전통시장에서 봅니다. 자주 와요"라고 말했다.
상인들과 인사하던 김 후보는 시장 내 뻥튀기 집에 멈춰, 강냉이를 두 봉지를 사들었다. 칼국수를 직접 빚어서 만든다는 상인의 말에 그는 "많이 힘드실 텐데, 괜찮으세요?"라고 물었고 상인은 웃으며 "괜찮다"고 답했다. 시장 상인들과 만나며 지동교까지 걸어서 이동하던 김 후보는 오래 가게에 머물지 못하자, "다음에 다시 꼭 오겠다"며 아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시민이 가게에서 나오는 김 후보한테 "인사하고 싶어서 기다렸다"고 말하자, 그는 "감사하다"며 악수를 나눴다. 그는 출정식이 열리는 지동교에 다다르자, 몰린 인파에 대기 중인 경찰들한테도 다가가 "고생이 많습니다"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상인들과 만남 후,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알리는 '출정식'에 오른 김 후보는 이날을 '대장정의 첫날'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과거로 가느냐 미래로 가느냐는 역사의 갈림길에서, 그 대장정의 첫 걸음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되고 우리 주위에 우리가 어떻게 가야 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도지사 선거뿐만 아니라 경기도 선거에서 이겨 전국 지방선거에서 이기겠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독주를 막겠다"는 포부도 가감 없이 펼쳤다. 이어 그는 자신의 캐릭터인 '똑부', 배우자 정우영씨와 함께 만세를 부르며 승리를 다짐했고 지지자들은 김동연을 연호했다.
출정식이 끝난 후에는 김 후보를 가운데 두고 기자들이 원을 그리고 앉아 열띤 취재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를 윤심(尹心)과 이심(李心), 대선 연장전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경기도지사 선거는 경기도를 위한 일꾼을 뽑는 선거다. 대선의 연장선이 돼서도 안 되고 누가 경기도의 도정을 잘 살피고 경기도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정쟁이 아닌, 정책 대결을 강조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김 후보는 오후 1시를 조금 넘겨 수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에 도착했다. '똑부 유세단, 출정식 및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인데, 염태영 전 수원시장도 함께하며 '원팀'을 결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여기 모인 분들은 경선 과정에서 사정과 아픔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똑부 유세단에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면서 "저도 강의하거나 청년들을 만나면 실패담을 많이 말한다. 성공보다 더 많은 실패를 했고, 그 실패에 따른 좌절과 아픔이 없다면 그 후도 없었을 것이다. 힘 보태줘서 정말 감사하다. 잊지 않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김동연 후보가 도지사가 돼서 기회가 넘치는 경기도를 만들어주세요!"
화성시 동탄 센트럴파크에서 정명근 화성시장 후보와 유세 일정을 이어간 김 후보한테 한 20대 여성이 꽃다발을 건넸다. 그는 김동연을 연호하며 자신이 준비한 꽃다발을 전달했고 하트를 그리며 지지를 보냈다. 이 같은 모습을 본 김 후보는 환하게 웃으며 함께 하트를 그려 응했다. 여기에 더해, 자신이 직접 명함을 넣기 위해 만들었다는 케이스를 꺼내면서 자신이 받은 김 후보의 명함을 넣고 흔들었다.
이어 한 도민은 목캔디 6개를 묶고 그 위에 응원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을 붙여 건네기도 했다. '일할 사람 일꾼 뽑자'라는 글을 직접 써서 들고 와 김 후보를 연호하는 이들도 보였다. 김 후보 주변으로 인파가 몰렸고 "응원합니다", "사진 한 번 찍어주세요"라는 말이 잇따랐고 다음 일정을 위해 차에 타려던 김 후보는 다시 내려 응원을 보내는 도민들과 시간을 보냈다.
평택 지제역서 GTX-A·C 노선 연장 '환승역' 확대 약속
김 후보는 직접 시민들과 만나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오후 3시30분 평택역 지제역을 찾아 정명근 화성시장 후보, 정장선 평택시장 후보, 장인수 오산시장 후보와 함께 GTX-A, C 노선을 평택까지 연장하고 평택 지제역을 복합 광역 환승역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공약 발표 이후, 김 후보는 지제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한테 직접 다가가서 "김동연입니다, 경제 부총리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자신의 명함을 받아준 도민들한테 감사 인사를 건넸고, 한 도민은 "잘 됐으면 좋겠다, 응원한다"고 지지를 보냈다.
평택역 유세 현장에서는 김 후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김 후보한테 기념 촬영 등을 요청하는 도민들이 이어지면서 이동을 위해 대기 중이던 차량으로 김 후보가 이동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한 도민은 김 후보를 직접 끌고 이동하면서 급하게 기자들이 따라가야 하기도 했다. 또 다른 도민은 김 후보가 쓴 책 두 권을 직접 들고 와서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동연이다, 김동연 처음 봐!"
오산을 거쳐 마지막 경기도 유세 일정으로 화성에 온 김 후보는 목이 쉰 상태였다. 유세 도중에 김동연을 연호할 때 잠시 목을 축이면서 "연호를 해주셔서 물 먹을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고 토끼 인형 옷을 입은 한 도민은 유세 중인 김 후보한테 다가와 '파란 장미'를 건넸다.
유세 현장을 지나던 한 무리는 김동연을 보자 소리를 지르며 휴대전화를 꺼내, 잇따라 기념 촬영을 요청했다. 김 후보한테 받은 명함을 이마에 붙이고는 "김동연 화이팅"을 외쳤다. 마지막 유세 일정을 마친 김 후보는 약간 쉰 목소리로 "시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 힘이 난다"면서 "내일은 더 많은 도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어두운 상황에서 조명 없이 인터뷰가 진행되다 보니, 도민들이 직접 휴대전화 불빛을 켜서 김 후보의 얼굴에 비춰주기도 했다. 김 후보는 내일 수원, 광주를 이어 북부로 유세 일정을 이어가는데, 북부를 사로 잡은 필살 무기로는 "성장 잠재력 있는 북부를 발전하기 위해 경기 북도 설치는 추진하겠다"고 내세웠다. 또한, 선거운동 전 찾았던 의정부시 칼국수집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김 후보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도민들한테 감사하다"면서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