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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풍운의 정치부 기자의 촉으로 풀어보는 정치 이야기】 

오래전 이 코너(정의종의 정치인사이드)를 통해 경기도 중진 인사의 옥중 서신 한 통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20대 후반 경기도의원으로 정계에 들어와 경기도청 정무부지사와 평택갑에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의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모든 것을 잃은 '영어의 몸'의 신세가 됐지만, 실형을 받기까지 재판 과정의 부당함을 소개하며 왜 자신이 '김경수 재판'의 희생양이 됐는지, 아직도 의구심이 남는다는 억울함을 토로한 내용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엔 차기 대통령 후보를 가리는 경선이 한창이었는데 분열로 망한 보수우파가 다시 뭉쳐 정권을 탈환해야 한다는 '외침'을 편지지 8장 분량에 담아 보내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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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의 옥중편지.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

대선을 앞두고 보수우파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깨알같이 적었던 편지 한 통이 아직도 기자의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얼마나 억울하고, 분했으면 그럴까. 오로지 정권교체만이 자신의 누명과 한을 풀 수 있을 거로 생각했을 듯합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습니다. 세상은 바뀌었고, 이제 정권교체로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0일 지났습니다.

한 평 남짓한 교도소 독방에서 지내고 있다지요. 그는 오늘도 옥중 서신 한 통을 기자에게 보내왔습니다. 이번에는 편지 한 통과 함께 아예 장문(편지지 10장)의 기고문도 동봉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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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당 대표였던 원유철이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경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하는 모습. /경인일보DB

또 무슨 일일까.

개괄하면 "독방이 작아 잠이 오지 않는 게 아니라 '김정은의 핵'과 '트럼프 리스크'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는 걱정이었습니다. 아마 오늘부터 시작되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생각하며 글을 적은 거 같았습니다.

현역 시절 국회 국방위원장과 북핵특위 위원장, 북핵해결을 위한 자유한국당 의원모임 대표로 대북·안보·외교 분야에서 활약했으니,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자기 생각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욕구가 머리끝까지 차지 않았을까 싶네요.

오늘은 '열정남' 원유철 전 대표, 아니 인간 '원유철 선배'의 간절한 편지 한 통을 저의 '정의종의 정치 인사이드'에 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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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그의 기고문입니다.

<기고문>

2022년 5월 10일 0시.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이 윤석열 대통령으로 넘어왔다. 북한은 윤 대통령 취임 이틀만에 미사일을 도발하였고, 5월 중에 7차 핵실험을 하기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이라고 한미 군사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는 매우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미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마크 에스퍼는 회고록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주한미군철수'를 선언하는 트윗을 올리려다 막판에 취소했다는 것이다. 한 발 더 나가,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폼페이오는 트럼프의 주한미군철수 시도에 "두 번째 임기의 우선순위로 하죠"라고 하였고, 트럼프는 미소로 화답을 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한미 관계를 잘 보여주는 상정 직인 사례이다.

만약,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되었다면 우리는 북핵 위협에 맞서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억지력인 미국의 확장억제, 핵우산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슬며시 접힐수도 있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고, 언제 쏟아질 줄 모르는 북한의 핵 우박에 무방비로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끔찍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김여정이 "남조선 군을 궤멸시킬 것"이라는 협박이 단순한 공갈이 아닌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다루는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도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수차례 사용했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트럼프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김정은의 핵'을 머리에 이고 주한미군 철수라는 '트럼프 리스크'를 안은 채 대한민국의 안전과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한반도의 핵 불균형은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금년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발효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30년 동안 북한은 3대 세습 정권이 끊임없이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시켜 2017년 12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핵보유국임을 천명하였다.

이에 비해 우리는 미국의 전술핵을 모두 한반도에서 철수시키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무력도발이 있을 때마다 규탄과 제재, 그리고 완화라는 악순환만 되풀이 하였다.

결국 지난 30년 동안 북한은 핵폭탄을 발전시켜왔고, 우리는 말폭탄만 늘어 놓았다.

우리 대한민국 군은 지금 북한의 현실화된 핵과 미사일 위협에 3축체계(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킬체인 시스템, 대량응징 보복)로 대응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북핵 도발을 억제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 핵우산이 그 역할을 해 주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그 중심에는 주한미군이 있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그 주한미군이 우리가 모르게 흔들려 왔다는 것이다. 핵은 핵으로만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중국과 인도,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사례에서 보듯이, 핵을 보유하기 이전과 이후에 어땠는지 확연하게 드러났다.

결국, 각국이 핵을 보유하고 난 후, 대규모 군사 충돌이 사라지고 말았다. 헨리 키신저 미 전 국무장관은 "이웃 국가가 핵을 보유했을 때, 같이 핵을 보유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는 것이다"고 하였는데, 이들 국가는 핵을 통한 공포의 균형이 역설적으로 평화를 유지해 주고 있다.

북한은 결국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다. 그리고 한미동맹도 시험할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중대한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한미동맹의 상징인 한미연합사를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방문하여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바이든 미 대통령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불과 열흘 만에 한국을 방문하여 한미정상회담을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한다.

한미 양국 간의 신뢰가 회복되고 한미동맹 미래에 청신호가 커졌다는 신호이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북핵 위협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는 항구적인 방안을 수립하여, 국민들 사이에 커져가고 있는 안보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코 앞에 닥친 북핵 위협에 대해 자위권 차원에서 자체 핵무장을 하거나, 전술핵 재배치를 다시 해야 한다는 여론이 80%를 상회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전략사령부의 핵심장교들이 한·미·일이 핵 공유를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으며,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부부 교수는 작금의 한국 안보 상황에서는 한국이 NPT 10조(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사태 시 핵확산 금지 조약을 탈퇴할 수도 있다는 조항)를 근거로 핵 보유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주장 하였다.

7차 핵실험이라는 북핵의 먹구름이 한반도 상공에 더욱 짙게 모여지고 있다. 언제 폭우로 우박으로 돌변해서 우리에게 쏟아질 줄 모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가끔 들려오는 천둥과 번개 소리가 그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 돈독해 질 가능성이 높은 한미 관계의 출발점이 될 윤석열-바이든 두 정상 간의 회담이 열린다. 이번 회담에선 북핵위협에 대한 확장억제 방안, 확장억제 전략 협의체 재가동 등의 의제가 된다고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의 핵'과 주한미군철수라는 '트럼프 리스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거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나토(NATO)동맹은 핵을 공유하는 데 한미동맹이 못할 이유가 없다. 한미가 핵을 공유하고, 한미연합사가 핵을 공동 운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북핵은 대한민국의 존망과 국민들의 안전에 직결되어 있는 가장 중대한 안보 현안이다.

북한은 이미 수소 폭탄급 위력을 가진 핵으로 무장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7차 핵실험을 하려 하고 있다. 더는 언제까지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다.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핵 개발을 하든지, 아니면 확실하게 한미 핵공류를 하든지 결단을 해야 하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비가 올 때마다 옆집 가서 우산을 빌려 올 수 없듯이 이제 우리는 우리 안마당에 비가 오려 할 때 즉시 펼칠 수 있는 우산을 구비해야 한다.

그 우산을 한미동맹이 함께 들기를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독자적인 핵우산을 펼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 구름에서 쏟아지는 폭우와 우박을 알몸으로 고스란히 맞기만 할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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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정치권에 몸담아 일하면서 국가와 지역 일에 매진해온 정치인 원유철. 그의 성정을 잘 알기에 지금 그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가득 차 있는지 눈에 선합니다.

옥바라지를 하는 이에게 물어보니, 머리 염색을 하지 않아 흰 머리가 무성하다지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안도할 따름인데, 외부 사람과 면회는 허락하지 않고 책 읽으며, 사색하며 나라걱정만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절 언제 내보내 주실지 모르지만 '그날' 소주 한잔 하자"는 마지막 구절에 애닯은 마음 담아 봅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