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해 학교 측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폭행을 당했다는 학생이 2차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한 중학교에 다니는 A양은 지난달 19일 학교 인근 병원 지하 주차장에서 동급생 B양에게 맞았다고 부모에게 털어놨다.
당시 현장에는 B양뿐 아니라 같은 학년 C양 등 3명이 더 있었고, A양과 함께 끌려간 친구 1명이 있었다. 이들 가운데 C양 등 2명은 A양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A양은 주장했다. A양 학부모는 학교와 경찰에 폭행당한 사실을 신고했다.
학교 측은 A양과 B양을 포함해 6명의 학생이 현장에 있었던 것을 확인하고, 해당 학생들을 상대로 진술서를 받았다.
인천 A양 학부모, 중학교에 신고
학폭위 보낼 서류 상대 주장만 담겨
학교 측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할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관련 서류를 보냈다.
그런데 관할 교육지원청에서 A양 학부모에게 B양과 함께 있던 C양 등 3명을 왜 심의 대상에 포함됐는지 되물었다고 한다.
학교 측이 교육지원청에 제출한 학교폭력 사실 관계 요약 서류에는 C양 등이 폭행 장면을 촬영했다는 A양 주장은 빠져 있었고, 'A양과 B양의 싸움을 말렸다'는 C양 등의 진술만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학교 측은 C양 등의 주장만 관련 서류에 기재한 것이다.
연루자 분리조치 제대로 하지 않아
"요약하다가… 진술서는 모두 첨부"
사건 이후 충격으로 약 열흘 동안 학교에 가지 못한 A양은 다시 등교한 이후에도 폭행 현장에 있었던 C양과 같은 반에서 마주쳐야 했다. 특별활동 시간에는 B양 등과도 같은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A양 학부모는 학교에서 학교폭력 연루자들의 분리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A양 부모는 "우리 아이 말만 전부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양측 주장은 같이 담아 심의위원회에 전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심지어 학교에선 폭력 피해를 본 아이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이가 집에 오면 'C양이 교실에서 자꾸 말을 걸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B양도 A양에게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내용을 요약해 적다 보니 일부 내용을 빠뜨렸다"며 "학생들의 진술서를 모두 첨부해 교육지원청에 보냈다"고 해명했다.
이어 "A양이 2차 피해를 호소하지 않아 (학생 분리 등)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관련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