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자주 쓰는 어젠다(agenda)라는 말은 공중(公衆)이 관심을 가지고 논의해야 할 '의제'를 의미합니다. 이 말의 용례를 보면, 회의 안건이나 주제와 달리 다수의 시민들이 논의를 펼쳐야 할 공통의 관심사라는 의미를 내포했다는 점에서 일반 '의제'와는 다르게 쓰이죠.
어젠다라는 말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건 선거철입니다. 대선은 국가적 어젠다를 논의하는 장입니다. 1997년 대선은 IMF 극복, 2002년 대선은 지역주의 타파, 2007년 대선은 경제성장, 2012년 대선은 경제 민주화 등이 어젠다로 제시됐습니다. 시민들은 후보 선호도는 물론이고 어젠다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바탕으로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대선과 달리 중앙 보완·견제 역할
'권력 몰아주기'는 국정 동력 증폭
대선과 달리 지방선거는 지역 어젠다를 논의하는 장입니다. 5년 혹은 그 이상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가 의제로 부상하고 후보들은 이에 대한 저마다의 해답을 내놓습니다. 물론 크게 보아 지방선거는 국가적 어젠다를 보완·견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대선에서 선택을 통해 설정된 국가적 어젠다가 있다면 그것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어디 한 번 제대로 일해봐"라는 뜻으로 중앙 권력-지방 권력을 몰아주면 국정을 운영할 동력이 증폭됩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가 그랬습니다.
중앙과 반대세력 선택 균형 잡기도
현안에 적극 나설 '참 일꾼' 뽑아야
반대로 중앙 권력이 어젠다 해결을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것 같으면 견제 명분으로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일도 벌어집니다. 중앙과 반대되는 세력을 선택해 균형을 이루는 모습 말입니다. 한국의 시민들은 꽤 자주 견제론을 발동시켜 지방선거에서 표를 행사하곤 했습니다.
이렇듯 국가적 어젠다에 연동한 것이 지방선거이지만 본질은 지역 어젠다를 해결하는 것일 겁니다. 응원과 견제의 심리보다 중요한 것이 자주 이야기 되는 "제대로 일 할 지역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일꾼론'입니다. 경인일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해결해야 할 어젠다를 정리했습니다.
순서대로 부동산, 수도권 규제, 대중교통, 재정분권을 제시했습니다. 서울의 '베드타운'인 경기도에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펼쳐야 하고, 수도권 규제로 해외로 나가는 기업을 잡기 위해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고, 전철역 개통만 기다리는 현실을 해소하기 위해 대중교통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역 어젠다를 해결할 적임자를 찾자고 생각하고 선거를 지켜보면 대선·총선과는 다른 지방선거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투표권을 지닌 청소년도 있을테지만 여러분은 대체로 예비 유권자들입니다.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습득되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 눈으로 지켜보는 선거들이 훗날 유권자가 될 여러분의 올바른 선택을 만듭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