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활동하는 문인화가인 미달(未達) 강희산(姜熙山·67)의 개인전 '학해무변(學海無邊)'전이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갤러리 '나무'에서 열리고 있다.
2년 만에 열리는 전시로 그의 18번째 개인전이다. 강희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1억원을 받지 않고는 팔지 않겠다'는 10폭의 병풍을 포함 병풍 10점과 문인화와 서예 등 모두 1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젊은 시절, 돋보이게 그리려 애썼다면
그냥 즐기는 경지에 이르려고 노력
물질에 대한 공부만 하는 세태 아쉬워
전시에 앞서 강희산 작가를 최근 경인일보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번 개인전의 전시 제목은 배움의 바다는 끝이 없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인 '학해무변'이다. 이번 전시가 열리고 있는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의 운영취지와도 어울리는 전시 제목이라며 그는 이번 전시 제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은 아주 작은 먼지 같은 겁니다. 부는 바람 속의 먼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쥐꼬리만큼 알면서 자신이 제일인 양 떠드는 사람들이 있어요. 많이 아는 '고수'는 목소리를 낮추고 자세를 낮춥니다. 저는 그래서 늘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항상 공부를 합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공부의 결과물이죠."
어떤 공부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림 공부'와 '마음 공부'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그림 공부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제게는 공부입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깨닫는 것이 있어요. 바로 죽음에 관한 것입니다. 죽음을 극복하게 됩니다. 인간은 죽는 것이 아니구나, 그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구나 그런 생각을 그림을 통해 얻게 됩니다."
마음공부는 옛 성현의 말씀이 담긴 경전을 통해 공부를 한다. 그는 마음공부가 부족한 요즘 세태가 아쉽다고 했다.
그는 "요즘 지식인들은 사람에 대한 공부, 마음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나쁜 일들은 배웠다 하는 사람들이 저지른다. 모두 마음에 대한 공부, 사람에 대한 공부는 뒷전으로 두고 '물질'에 대한 공부만 해서 세상이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갤러리 '나무'
'학해무변'전… 병풍 포함 100여점 공개
그는 예전에는 남을 의식하며 작품 활동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고 했다.
강희산은 "예전에는 잘해야지, 예쁘게 보여야지 그랬다면 요즘은 그런 마음이 없다"면서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내가 그리는 것을 즐기는 것 그 경지에 이르려고 공부하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내가 갖고 있는 조그만 지식과 능력을 어떻게 돋보이게 만들 것인가 애썼는데,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깨닫게 된 나이가 됐다"면서 "내가 부족한 것은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다. 지금은 그냥 내가 생겨 먹은 그대로 나를 보여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