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도구의 대명사는 볼펜이다. 만년필은 비싼 데다가 수시로 잉크 충전 상태를 살펴야 하는 불편이 있고, 샤프펜슬은 연필이라 수험생이 아닌 다음에야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값도 싸고 휴대하기 편한 볼펜이 널리 사용된다.
현재 사용하는 볼펜과 같은 형태의 필기도구를 고안한 사람은 영국의 존 라우드(1844~1916)다. 가죽가공 사업을 하던 라우드는 가죽에 만년필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여 지금처럼 강철 재질과 이를 감싼 소켓을 창안하고 1888년에 특허를 받았다. 이후 볼펜은 여러 차례의 보완 과정을 거쳐 1938년 헝가리의 신문 기자였던 비로 라슬리(1899~1985)가 금속으로 만든 볼 베어링을 만들고 1943년 아르헨티나에서 특허를 받은 다음, 1946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63년에 시판된 모나미153이 처음이다. 모나미는 프랑스어로 내 친구(mon ami)라는 뜻이며, 최초의 판매가격은 15원이었다. 그때 당시 삼양라면이 10원이고, 짜장면이 25원, 초등학생용 공책이 3원이었으니 제법 비싼 필기도구였던 셈이다.
지금 이 모나미 볼펜은 시중에서 300원 정도에 팔린다. 5월 소비자원이 발표한 가격을 보면 서울의 자장면 평균 가격이 6천141원으로 전달보다는 5.1%, 1년 전보다는 14.1%나 올랐다. 국제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칼국수가 8천269원, 냉면이 1만192원으로 외식 물가도 급상승했다. 내 직장 근방의 식당 된장찌개도 작년 7천원에서 9천원으로 올랐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밀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식용유 가격도 104%(18㎏기준)나 올랐으며, 옥수수와 콩 등 여타 곡물가격도 심상치 않다. 정부가 먹거리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고 미리미리 비축분도 늘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볼펜만 거의 유일하게 오르지 않은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전자기기가 보편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이야 글을 '쓰기'보다 '치고' '누르는' 것이 대세이나 때로는 볼펜으로 쓴 손글씨가 더 호소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 소식 말고 딱히 즐거울 일이 없는 요즘, 추억의 볼펜으로 곱게 손편지를 써서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면 어떨까 싶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