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풍운의 정치부 기자의 촉으로 풀어보는 선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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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진행되는 국회의원 보궐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어디일까? 사람에 따라 관심도가 다르지만, 뭐니뭐니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졌지만, 한때 유력 대권 후보였던 그였기에, 이번 승패는 운명을 가를 숙명적인 대결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사실 대선 패배 후 그의 정치 계획표에 인천에서 출마하는 일정은 없었을 겁니다. 어려운 당 사정과 성급한 정계 복귀 욕구를 채우기위해 차출론이란 이름으로 출전했으나 애초 예상보다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이번 무대가 대선 패배의 아픔을 치유할 '복귀전'이 될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지는 누구도 예측하기에 어려움이 있지요.

공표할 수 있는 마지막 여론조사는 이재명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초박빙이지만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는 결과도 나왔지요. 이곳이 민주당의 텃밭이긴 했지만, 과거에도 송영길 전 의원이 인천시장출마를 위해 보궐선거가 이뤄졌을 때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이상권 전 의원이 당선된 지역입니다.

그래서 여야의 경쟁은 더 불을 뿜고 있습니다. 여당은 이번 만큼은 '집으로 보내야 한다'며 필사적이고, 야당은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국회에 기필코 들어와야 한다는 건곤일척 벼랑끝 싸움이 막바지에 달했습니다. 이제 여론 조사 공표까지 금지됐으니, 더 필사적으로 깜깜이 선거전에 들어간 느낌입니다.

마지막 주말 서로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벼르고 있고, 국민의 관심도 인천 선거판으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며칠 남지 않은 선거 결과가 운명을 가를 겁니다. 그의 말처럼 '끽'하고 죽을지, '짱'하고 오뚝이 근성을 보일지는 신도 모를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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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다집하고 있다. 2022.5.8./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이런 안개 판세 속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를 '경기도망지사'로 설정해 놓고 맹공을 퍼붓고 있습니다.
출마 명분도 없고, 연고도 없는 약점을 파고들면서 시민들이 던진 한 마디 '계양이 호구냐!'를 외치며 '닭 뼈 담는 철제 그릇'의 의미를 살리고 있지요.
이준석 대표는 연일 이재명 후보를 '디스'하는 글을 자신의 SNS를 통해 올리면서 마지막까지 인천에서 총력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선대위 메시지 단장을 맡은 박대출 의원도 "인천은 도망자의 쉼터가 아니다"고 연일 꼬집고 있네요. 선거운동 과정에 유튜브 등에서 논란이 됐던 (어린이)는 밀고, (벤치) 밟고, (손님) 찌르고, (관중) 누르고, (로봇) 뒤집고 등 품격과 자질의 문제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경쟁하는 윤 후보도 자신이 계양에서 25년 동네 병원을 운영한 연고를 내세워 '25년 대 25일' 거주, '동네의사'와 '경기도망지사' '텃새'와 '철새'의 싸움으로 비교 우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그의 유세를 들어보니 "이번 선거는 저 윤형선과 이재명의 선거가 아니다. 이번 선거는 범죄 피의자에게 계양이 피난처를 제공하느냐, 공적과 상식을 지켜내느냐의 선거"라고 목청을 높이더군요. "정치적 야욕을 위해서 우리 계양구민을 호구로 보고 이용하겠다는 사람과 계양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그런 선거"라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실제 바닥에서는 먹히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의힘의 이 후보에 대한 공세는 매섭습니다. 오늘부터 사전 선거운동에 들어갔습니다. 지도부는 총출동하다시피 합니다. 어제는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원내 지도부가 이재명에 대한 융단폭격을 가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요즘 '계양이 호구냐'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계양구를 지역구로 뒀던 의원은 서울로 떠났다. 반대로 계양에 어떠한 연고도 없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이리로 왔다"며 맹공을 퍼부었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지면 정치 생명 끝난다. 끽'이라고 했다"며 심판을 호소했습니다.

아예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의 선거운동원 임명장을 받아 정식 등록하고 주말을 인천에서 지내겠다고 선전 포고했습니다.

당내 인사들의 지원도 받고 있습니다. 박수영 의원은 SNS를 통해 '궁지에 몰릴 때 밑천이 드러나는 법'이라며 이 후보의 '설화'를 문제 삼으며, "오늘은 졸지에 인천 사는 300만명을 외지인으로 만들어버렸다"며 "이재명은 그런 자다. 자신의 연고 없음을 쉴드치기 위해 300만의 자존심을 건드려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자"라며 폠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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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가 2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에서 열린 초청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5.25 /인천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이재명은 끝없이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돌아온 장고'로 당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가 충만합니다.

보궐선거 출사표를 던진 순간부터 '25년 동네의사' 명함을 내민 윤 후보가 지역구를 내준 송 전 대표를 '황당 먹튀'로, 그리고 지역구를 넘겨받은 이 후보를 '도망온 피의자', '방탄 출마', '25일 철새' 등으로 낙인찍고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민심이 출렁인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 후보에게 거는 지역주민들의 기대도 크다고 합니다. 물론 크기의 문제이겠지만, 인구 30만명 선이 무너지고 지역경제가 침체된 상황이다 보니 보다 능력 있고, 힘 있는 국회의원이 당선돼 계양구를 발전시켜 주길 원하는 '지역 발전론'이 잠재 있다고 합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GTX-D노선의 Y자 원안 추진, 계양테크노밸리의 성공, 경인아라뱃길 활성화 등 막대한 공공사업들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재정확보와 기업유치 등이 수반돼야 하는 욕구에 '능력자'와의 동행을 원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후보가 계속 능력 없는 연고자보다 능력 있는 이웃이 낫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민심은 냉정합니다. 선거 중반 난기류를 만난 그의 운명은 5일 후면 결정됩니다. 이런 '이재명의 운명'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그래도 '화려한 부활'에 무게를 더 두는 모습입니다.

이번 선거의 승패는 이 후보와 당의 정치적 위상과 직결됩니다. 그의 당선은 의회에 처음 발을 들여 놓는 것으로 정치적 입지나 영향력을 극대화할 무대가 될 것입니다. 당내에서도 흔들리는 비대위 체제에서 목소리를 키울 수 있고, 당의 위기도 수습할 중심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오는 8월 예정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출마'에 불이 붙겠죠. 당내 권력구도가 재편될 여지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번 선거에서 지거나, 이기더라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상처뿐인 영광만 남겠지요. 당내 복잡하고 얽히고설킨 주도권 싸움은 다음에 다시 다루겠지만, 이번 주말 계양구 밑바닥을 훑고 다녀야 하는 이 후보의 마음은 더 간절하고 절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의종·김연태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