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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얼마 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이 한·일 순방 후 귀국하던 지난 25일에는 북한에서 미사일을 3회 발사했다고 한다. 이에 우리나라와 미국은 미사일 대응 발사와 양국의 긴밀한 안보 공조에 임했다고 한다. 이러한 즉각적인 맞대응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긴장감과 불안감이 느껴졌다.

강화도는 지형적 위치가 남한에서 보면 한반도의 북서쪽이다. 북한이 가까워서인지 실향민과 그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도서관 봉사를 꾸준히 해주시는 분과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북쪽에 살고 있는 형님 생각이 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1950년 6월25일 발생한 한국전쟁으로 이산가족의 슬픔을 가까이서 들었다. 남쪽으로 피난 오신 부모님께서 조부를 모시고 오느라 큰 형님을 두고 올 수밖에 없었기에, 평생을 간절한 그리움과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사셨다고 한다. 본인은 기억하지도 못하고 전해들은 아련한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그의 아버지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 그리움 다룬
장기려 박사 이야기 그림책 생각 나


남북문제, 전쟁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림책 '엄마에게(서진선 쓰고 그림, 보림)'를 생각하게 된다. 전쟁으로 한 가족이 겪게 된 비극과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그림책으로 한국의 슈바이처로 알려진 장기려 박사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장기려 박사는 한국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되었다. 부모님과 아내, 다섯 아이를 북한에 남겨두고 둘째 아들과 단둘이 부산으로 피난 와서 남한에서 여생을 보냈다.

'아빠는 평안북도 용천군에서 태어나셨고 나는 평양 종로에서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장기려 박사와 함께 피난 온 둘째 아들의 시점으로 바라본 전쟁과 전쟁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 특히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그렸다. 1950년 6월25일 일요일, 온 가족이 단란하게 휴일을 즐기고 있을 때 전쟁이 일어났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와 부산으로 피난을 왔다. 계속되는 전쟁과 휴전협정으로 곧 만날 줄 알았던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아이는 북쪽에 있는 가족이 그리워 평소 엄마가 들려주든 '봉선화'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엄마가 더 그리워질 뿐이었다. 어느 날 미국에 있는 친척을 통해 북쪽에 있는 엄마한테서 소포가 왔다. 소포 안에는 사진과 봉선화 씨앗 그리고 엄마가 불러서 녹음한 '봉선화' 녹음테이프가 있었다. 그날 아버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도 내지 않고 우셨다. 아버지는 어머니만 그리워하다가 할아버지가 되었고, 아버지는 다시 만날 때까지 서로 살아 있으라고 하신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다.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의 슬픈 가족 이야기는 장기려 박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아련히 그려지는 고향 땅에 가보고 싶다는 사람들은 하나 둘 생을 마감해 가고 있지만, 그 자손들이 그들의 그리움을 오롯이 전해 듣고 함께 슬픔을 안고 있다. 지금도 진행 중인 남북대치로 여전히 우리는 많이 아프다.

세계유일 분단의 슬픔 걷히지 않아
미국·중국 등 외부 간섭 통제없이
자주적인 평화의 길로 나아 갔으면


2007년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발표하며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금단의 선을 두 발로 걸어서 넘어갔던 그는 첫 발을 내디디며 "앞으로 이 금단의 선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되면서 지워지게 될 것이며 그동안의 슬픔의 뿌리를 걷어내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그런 계기가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분단에서 오는 슬픔의 뿌리는 걷히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과 새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미국에 가로막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남북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 진정한 평화의 길은 무엇일까? 미국, 중국 등 외부의 간섭과 통제 없이 남북이 자주적으로 평화의 길로 나아가 오랜 슬픔을 걷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봄바람이 불듯이 평화의 바람도 불길 바란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