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거워진 논쟁을 반영하듯 깻잎의 몸값 또한 고공행진 중이다. 때 이른 폭염으로 인한 출하량 저하와 수확할 사람의 손길이 부족한 탓이다. 코로나19로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농촌의 일손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 고강도 노동은 일할 사람의 부재로 이어졌고, 그 빈자리에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왔다. 70·80대의 고령층 일손이 많아야 30%, 나머지는 이주노동자의 몫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농번기에 일해 줄 계절근로자 비율을 높이겠다, 이주노동자를 더 유치하겠다는 후보자들의 공약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제 이주노동자를 빼놓고는 농촌 현실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먹거리를 위해 낯선 타국 노동자의 손을 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농촌 소멸 막고 먹거리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 '이주노동자'
깻잎뿐 아니라 온갖 농산물 재배와 수확 등 농촌의 곳곳이 이주노동자의 노동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농촌의 소멸을 막고, 먹거리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거, 노동환경 등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021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농어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중 70%는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 비적정 주거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주노동자에게 집은 고된 노동 후 편히 몸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살다 건강이 악화되어 사망한 캄보디아 노동자 속헹씨, 2020년 여름 집중 호우로 집을 잃은 이천지역 수해민 중 많은 수가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임금이 체불되는 경우도 많았다. 2020년 임금체불을 신고한 이주노동자는 3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미지급된 금액은 1천287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임금체불을 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미흡했다.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환경은 산업재해로 이어졌다. 2021년에만 103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성폭력이나 폭언,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과 경제 상황이 차이가 나는 국가에서 왔다는 이유로 한 차별과 무시가 일상이었다.
깻잎 따는 사람 누구인지
그들의 삶·인권 보장하고 있는지
지금 우리가 논쟁해야 할 방향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데에 있다. 고용허가제로 인해 사업장 이동이 쉽지 않기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낯선 타국에서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정보 역시 부재하다. 이주노동자들은 이 모든 어려움을 감당하며 노동하고 있었다.
얼굴도, 이름도, 국적도 모르는 타인의 손에 기대어 밥상에 깻잎 반찬이 올라온다. 깻잎으로 연결된 인연,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타인의 문제가 아닌 나의 삶과 연루된 일이었다. '깻잎 투쟁기'의 작가 우춘희는 '이주노동자가 온다는 것은 사람의 일생이 오는 일이며 손과 함께 삶과 꿈도 온다'고 했다. 필요할 때 쓰는 '인력'이 아니라, 꿈, 희망, 웃음, 눈물이 있는 존재라는 것,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의 노동, 생존, 인권에 주목하고 더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이다.
깻잎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울 때, 논쟁의 방향을 살짝 전환해보자. 깻잎을 따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들의 삶은 어떠한지, 과연 우리 사회는 그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있는지.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깻잎 논쟁은 그것이 아닐까.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