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901001235800061971

칸의 남자 박찬욱과 송강호가 제75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이 칸에서 쌓은 필모그래피에 견주어 보면 늦은 감이 있지만 겹경사라 드라마틱하다. 박찬욱은 '올드보이'(2004년 심사위원 대상), '박쥐'(2009년 심사위원상)를 거쳐 이번에 '헤어질 결심'으로 영화인생의 꽃을 피웠다.

명장들의 페르소나 송강호는 명작들의 주연으로 칸의 단골 인사였지만 상운이 박복했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선 전도연이 여우 주연상을,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 작품당 하나의 본상만 인정하는 칸의 룰에 눈물을 삼켰다. 일본의 명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아 마침내 명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두 사람의 칸영화제 본상 동시 수상은 최근 수년간 국제 영화계를 강타한 한국 영화의 위상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봉준호의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비롯한 세계 영화제를 석권했다. 윤여정은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무명의 오영수는 '오징어게임'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번 칸영화제는 한국 영화를 국제 협업의 중심으로 공인해 더욱 특별하다.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엔 중국의 대표 여배우 탕웨이가 출연했고, 송강호 등 한국배우가 출연한 '브로커'는 일본 감독이 연출했다. 국내를 벗어나 세계 일류로 도약한 한국 영화의 저력이다.

영화뿐 아니다. 한류 전체가 일류로 치솟고 있다. 대중음악 분야에서 방탄소년단(BTS)는 날마다 신화를 쌓아가고 있다. 국내에서 소외받던 보이그룹이 SNS를 매개로 팬덤을 형성한 지 10년만에 글로벌 대중음악 시장의 주류가 됐다. 손흥민은 어떤가. 아버지의 혹독한 조련으로 양발의 자유를 얻은 소년이 세계 최고의 영국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5년 한국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 한탄했다. 한 세대 가까이 지난 지금 뜻밖에 문화 '한류'가 일류로 도약했다. 이 회장도 예상 못한 성취다. 다만 이 회장이 지목한 사류 정치는 여전히 하류에서 헤맨다. 수준 높은 영화를 즐기고, 손흥민에 열광하는 국민들이 정치엔 진절머리를 친다. 일류 한류의 자부심을 망치는 하류 정치의 몽니라니, 역시 신은 다 주지 않는 모양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