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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표 논설위원
전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통장에 정부 지원금이 꽂혔다. 지역별로 시차는 있겠으나 6·1지방선거 전 일단락될 전망이다. 직종과 피해 규모를 따져 적게는 600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까지, 371만명이 수혜를 받는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거리 두기로 생계가 버거운 서민들이 단비를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인 코로나 손실보상은 여정이 고단했다. 이달 중순께 주겠다는 정부 계획보다 보름 남짓 늦어졌다. 여·야 셈법이 달라 산통(産痛)이 요란했다. 여당은 지방선거전 지급을 원했고, 야당은 지방선거 뒤로 미루려 했다. 표심에 미치는 득실이 달랐기에 타협이 쉽지 않았다.

여야 합의 시점이 절묘하다.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대통령에 영수회담을 역제의한 야당은 심상치 않은 여론에 더는 버티지 못했다. 눈치를 살피다 계양을에서 예상 밖 접전 중인 이재명 후보가 윤허(允許)하자 서둘러 회군했다. 국회 전반기 마지막 날 타결되면서 선거 전 집행됐다. 야당은 사전선거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됐다. 여야가 절반씩 주고받은 셈이다. 

 

일정이 촉박해 지방선거 이후 집행될 것이란 야당 예측은 빗나갔다. 정부·여당은 치밀하게 대처했다. 관련 부처 직원들은 휴일에도 비상근무를 했다. 전국 동시 처리를 위해 전산망을 확충하고 간편 인증 기능을 보완했다. 정부는 30일 이른 아침 국무회의를 열어 집행 절차를 매조지했다. 본회의 통과 9시간 만이다. 같은 날 오후 통장에 지원금을 쏘아댔다. 야당의 허를 찌른 전광석화다. 직전 정부가 국무회의 개회 시간을 늦춰가며 '검수완박' 법안을 완결지은 장면과 오버랩 된다.

소상인·자영업자 정부지원금 선거전 수혜
야, 심상치않은 여론에 버티지 못하고 합의


60조원 넘는 추경은 역대 기록을 뛰어넘는다. 국가부채가 늘고, 물가를 자극하는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올해 거둬들일 세수 초과분 53조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국고에는 아직 쟁이지 못한 미수금이다. 한국은행에서 꿔다 쓰고 연말에 갚기로 했다. 국채발행에 따른 부담을 덜고, 비난을 피하려는 뻔한 꼼수다.

2년 전 총선 당시, 정부는 전 국민에 코로나 지원금을 살포했다. 가족당(4인 기준) 평균 100만원이다. 거리와 시장에서 '여당을 찍어야 지원금이 나온다'는 소리가 파다했다. 민주당은 절반 넘는 의석을 전리품으로 챙겼다. '세상 모든 호재도 지원금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돌았다. 앞선 지방선거와 지난해 재보선, 대선을 앞두고도 지원금이 뿌려졌다. 재난지원금은 선거를 앞둔 여권에 비기(秘器)가 됐다.

공직선거법에 '매수 및 이해유도죄'가 있다. 투표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해선 안 된다는 게 뼈대다. 선거 전 국민지원금은 후보자 개인이 아닌 정부·여당의 기부행위로 볼 수 있다. 선거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 중앙선관위는 계속 침묵했다. 심판이 노골적인 편들기를 하면서 나쁜 관행이 정당화됐다.

21대 총선 때 야당(미래통합당)은 지원금을 말렸다.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며 '법 위에 군림하는 나쁜 정부'라고 비판했다. '국민 혈세로 매표행위를 한다'며 이러다 나라 망한다고 걱정했다. 처지가 바뀌자 피해 보상금을 빨리 줘야 한다고 재촉을 한다. 지방선거가 아니라면 채근할 까닭이 뭐가 있겠나.

여야, 선거 유불리 따지며 반칙·꼼수 동원
권력 교체됐어도 '정치 추경'은 온전히 승계


2년 뒤면 다시 총선이다. 이겨야 산다. 정부·여당은 지원금 살포의 유혹을 떨치기 힘들 게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의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바이러스가 재창궐하면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 모른다. 유능한 관리(官吏)는 그럴싸한 퍼주기 구실을 지어낼 줄 알아야 한다. 없는 유행병도 퍼뜨리고 싶은 게 '금권 정치'의 본색이다.

당·정은 선거 전날 보상금을 쏘기 위해 휴일도 반납했다. 야당은 지원대상과 금액을 늘렸다며 숟가락을 얹었다. 나라 곳간이 표를 얻는 화수분이 됐다.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원해야 하는 게 정부의 마땅한 책무이나, 위법한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수십 조 예산을 두고 선거 유불리를 따져 여야가 반칙과 꼼수를 동원했다. 지난 정부에서 무력화된 선거법은 무용지물이 됐다. 권력은 교체됐어도 '정치 추경'은 온전히 승계됐다. '선거 추경' 다시는 없어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