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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선 경기도 도시공사협의회 회장.

"지금과 같은 여건에선 '지역과 함께 하는 신도시'를 제대로 만들기 어렵습니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경기지역 기초도시공사들의 모임인 '경기도 도시공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동선(사진) 시흥도시공사 사장은 31일 3기 신도시 참여 문제에서 크고 작은 부침을 겪는 기초도시공사들의 사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가 이끄는 시흥도시공사 역시 3기 신도시 중 광명·시흥지구 참여 문제를 두고 고민이 깊은 상태다.

"신도시 막대한 재정 필요, 기초도시공사 참여 어려운 구조
참여 비율대로 역할 배분 말고 지역에 일정 이익 환원해야"

정 회장은 "광명·시흥지구는 사업비만 25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시흥도시공사가 5%만 참여한다고 해도 단순 계산할 때 1조2천억원은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공사의 자본금은 1천657억원이다. 1조2천억원까지 공사채를 발행하려면 적어도 자본금이 6천억원은 돼야 한다. 지금보다 4천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또 해당 지구 내에 조성해야 할 공공임대주택 수도 참여 비율만큼 배분한다. 임대주택은 조성하는 만큼 기관의 부채 규모가 증가한다. 자본금이 부족한 데다 부채마저 늘어날 처지다. 지금의 기초도시공사 여건상 이런 구조에선 많이 참여하기가 어렵다"며 "해당 지역의 특색을 가장 잘 아는 기초도시공사가 각 신도시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지역 주민을 위한 신도시를 만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의 방식으로는 그런 취지를 달성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여 비율대로 역할과 비용을 기계적으로 배분하는게 아니라, 해당 신도시 개발로 인해 얻어지는 이익을 지역에 일정부분 환원토록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기 신도시 조성을 주도하는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국 주택 공급 활성화에 중점을 둬야 하는 기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각 지역의 현안과 개발 이익의 지역 재투자에는 소극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더해 지방 도시공사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주도해 처음으로 조성한 신도시인 광교신도시의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광교신도시엔 경기도·수원시·용인시가 공동 사업시행자로서 참여했는데, 지금의 3기 신도시처럼 참여 비율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개발이익이 각 지역에 환원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기초도시공사 성장 가능한 제도 마련 필요성 역설

도시 개발 과정에서 정부·LH가 각 지자체·지방 도시공사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지역 현안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은 물론, 물리적 여건이 녹록치 않은 지방 도시공사가 신도시 사업에 보다 활발히 참여할 수 있게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테면 도시 내 주택용지 중 지방도시공사가 할당받는 수의계약 물량을 늘려 지방도시공사가 보다 주도적으로 각 지역이 안고 있는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초도시공사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정 회장은 "지방공기업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법은 '지방공기업법' 하나다. 해당 법만으로는 그 많은 지방공기업을 다루기가 어렵다. 행정안전부에서 지방공기업의 부채를 일괄 규제하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제도 세분화 등을 통해 법이 현실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초도시공사가 자립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필수적이다. 공공 주도형 민관 협력 체계를 통한 민간 자본 투자 유치 활성화가 기초도시공사의 재정적 한계를 극복할 주된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대장동 개발 논란 이후 주춤해진 상황이다. 여러 의혹은 말끔히 해소돼야겠지만 3기 신도시,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지역을 위한 도시'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기초도시공사의 외·내형적 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영래·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