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도정한 대표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증류소인 쓰리소사이어티스를 설립한 도정한 대표. 2022.6.1 /쓰리소사이어티스 제공

와인 못지 않게 요즘 대중화되고 있는 주류가 위스키다. 흔히들 위스키 하면 주산지인 스코틀랜드를 떠올린다. 사실상 한국은 불모지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이가 있다.

지난 2020년 남양주에 문을 연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의 도정한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도전장을 던졌다해서 걸음마 수준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애호가들 사이에선 오픈런해야 할 만큼 상당 수준에 올라있다.

"'가까운 일본은 물론 세계 각국에 위스키 증류소가 생기고 있는데 왜 한국 위스키는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던 것 같다"고 말하는 도 대표. 그는 평소 맥주와 위스키를 좋아해 서울 청담에 '홉스카치'라는 펍&바를 운영하면서 지인들에게 많은 나라의 술들을 소개해 주고, 선물도 해줬다고 한다.

당시 국내 수제맥주시장이 매우 작았고, 위스키는 없었기에 '누군가에게 선물할 만한 한국 수제맥주와 위스키를 언젠가 내가 직접 완성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오픈런'해야 할 만큼 상당한 실력
출시제품들 뜨거운 반응 품귀현상
"주류 관련법 완화돼야 시장 성장"


그렇게 수제맥주회사인 '핸드앤몰트'(2014년)를 시작해 2018년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 InBev에 인수합병까지 이뤄낸 뒤 2020년에는 두 번째 목표였던 위스키에도 도전했다. 이듬해 9월 첫 위스키인 '기원'의 호랑이 에디션을 출시했고, 지난 4월 말에는 유니콘 에디션을 출시했다. 출시 이후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등 뜨거운 반응이 일었다.

"첫 제품인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주류품평회 등에서 수상하기도 했고 여러 나라에서 수출 문의가 오고 있다. 현재는 생산량에 제한이 있어 미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일본에만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확대해 다른 나라 위스키들과의 경쟁 속에서 '한국 위스키'라는 이름을 달고 인정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CNN, 아리랑TV, 에델만,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유명언론 및 IT기업에서 근무하며 탄탄한 직장생활을 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임원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땐 고민도 많았지만, 쓰리소사이어티스를 신뢰하는 애호가들이 하나둘 늘며 보람이 더 크다고 한다. 하지만 현행 국내 주류제도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위스키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고착화돼 있던 주류 관련 법령들이 완화돼야 국산 주류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수입주류와 차이가 있는 종가세의 과세표준에 대한 차별이 줄어야 한다. 수입주류와 달리 국산주류가 국내 판관비 및 이윤에도 세금이 부과되는 만큼 가격적인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국내 지역특산주에 럼, 진, 보드카 등 다양한 술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맥주, 위스키, 브랜디는 100% 국산 농산물을 사용해도 주세법상 지역특산주가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임을 지적했다.

끝으로 도 대표는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증류소'라는 이름의 무게를 잊지 않고 사명감을 가지고 한국 위스키가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좋은 위스키를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