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투표1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1일 수원시 장안구 천천초등학교에 마련된 정자3동제8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2.6.1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이우현(가명) 씨는 6·1 지방선거 공보물을 살펴보던 중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시각장애인인 이씨가 받아든 점자 공보물은 일부 후보자의 것만 있었다. 이씨는 "점자 공보물이 없는 후보도 꽤 많았다.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싶어도 매번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장애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시각장애인들의 참정권 문제가 불거졌다. 시각장애인들은 후보자 공약을 살펴보는 것부터 투표소 현장에서까지 제대로 된 한 표를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선거 후보에게는 점자 공보물 제작 의무를 부과하지만, 광역 및 기초의원 후보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책자형 공보물 내 QR 코드를 표기하는 경우도 간혹 있으나 시각장애인들은 코드 위치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점자 공보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내 시각장애인 중 점자 공보물 제공 대상은 1만1천628명에 달한다.

이는 경기도 1천100만여명 유권자 중 0.1%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체 대비 소수인 시각 장애인의 참정권이 침해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광역의회(시·도) 의원 선거에 출마한 288명 중 119명(41%)만이 점자 공보물을 제출했다. 광역의원 비례 대표 선거에서는 5개 정당 중 4개 정당이 점자 공보물을 냈고, 기초의원 비례대표 선거 후보 정당 69개 중 59개(85%), 기초의회(시·군·구) 의원 선거 후보자 612명 중 180명(29%)이 점자 공보물을 선관위에 제출했다. 동네 주민들과 가장 밀접하게 소통해야 하는 기초의원 선거 후보자들의 점자 공보물 제출 비율이 정작 가장 낮은 셈이다.

점자 공보물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도의 한 선출직 의원은 "점자 공보물 제작비는 선거 비용으로 분류돼 100% 보존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잘 모르는 의원들이 많다. 홍보가 부족했던 탓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점자 공보물 제작이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 아닐까 하는 우려에 망설이던 의원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태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은 "시각장애인들이 제대로 투표하려면 점자 공보물 제작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문제는 점자 공보물 중에서도 종이 재질이 너무 얇아서 점자가 흐릿하다거나, 면수가 적어 공약 사항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QR 코드보다는 이동형저장장치(USB) 확대 보급 등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시각장애인 정책 소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없는 건 아니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들에게 점자 공보물과 USB를 통한 공보물 음성 파일 제작을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선관위 관계자는 "점자 선거 공보 작성 비용은 지자체 부담"이라며 "장애인 유권자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