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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2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선거 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배우자 정우영씨와 함께 환호하고 다.2022.6.2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개천에서 난 '용'… 고졸 신화 공직자

김동연은 '개천에서 난 용'을 보여준 인물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았을 것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그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소년가장'으로 살면서 치열한 '노력' 하나로 일생을 살았다. 스스로 "서민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것도, 가난한 집안에서 공부와 노력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1957년 충청북도 음성군 금왕읍 무극리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이주했지만, 그가 11살이 되던 해 사업가였던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


충북 출생… 서울 온뒤 부친 세상 떠나
판잣집 생활… 철거후 광주 대단지 천막
닥치는대로 일하며 만17세에 은행 입사


아버지의 빈자리에 경제적 어려움은 커졌고 큰 집에서 쫓기듯 나와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철거되면서 광주 대단지로 강제 이주해 천막을 치고 살았다.

그의 어머니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맏아들이었던 김동연도 꿈을 좇는 대신 덕수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해 만 17세의 나이로 한국신탁은행(現 하나은행)에 들어가며 일찌감치 사회에 뛰어들어야 했다. 은행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그의 어머니는 덩실덩실 춤을 췄다고 했다.

그는 은행에 취업했지만, 현실에 부딪혔다. 열심히 일했지만, '고졸' 출신이라는 벽은 높았고 100m 달리기 시합에서 50m쯤 뒤처진 출발선에서 뛰고 있다는 기분을 벗어날 수 없었다. 대학에 가지 못한 열등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그를 괴롭혔고 야간대학에 진학하며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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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경기도 광주대단지 판자촌에서 살던 김동연 후보 모습. /김동연 후보 캠프 제공

직장생활과 대학생활을 병행하던 김동연은 은행 합숙소에서 옆방 선배가 쓰레기통에 버린 고시 수험생을 위한 잡지를 발견했고 합격기를 읽으며 고시공부를 결심했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말렸지만, 고시공부는 그에게 또 다른 돌파구였고 결국, 낮에는 은행원, 밤에는 대학생, 그리고 더 깊은 밤에는 고시 수험생으로 살기 시작했다.

갖은 유혹을 뿌리치고 공부에만 전념했던 그는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 및 제6회 입법고시에 합격했다. 은행생활 7년 8개월, 만 25살 때다. 고시에 합격한 그는 행정공무원으로 총무처(現 행정안전부)와 경제기획원(現 기획재정부)에서, 입법공무원으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입법조사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생활 7년8개월만에 행정고시 합격
경제기획원서 일하며 국비유학생 선발
'비전 2030' 작성 주도, 文정부 입각 계기
아주대 총장 거쳐 2017년 경제부총리로


그는 밝은 미래를 기대했지만, 동기와 함께 선배들한테 인사를 하고 나가던 중 "요새는 별 희한한 학교 나온 애들도 시험에 붙어 여기까지 오네"라는 말을 듣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부를 향한 그의 열망은 더 커졌고 그는 경제기획원에서 사무관으로 일하면서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 공부를 병행했다. 이후에도 고시공부보다 더 노력한 끝에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됐고 유학을 떠난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3년 9개월 만에 석·박사를 취득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2002년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을 맡았고 세계은행(IBRD) 선임정책관 등으로 일하며 공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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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후보가 덕수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원에 취업해 일하던 모습. /김동연 후보 캠프 제공

참여정부 '비전2030' 작성 주도

그러던 중, 참여정부 시절 국정마스터플랜 '비전2030' 보고서 작성을 주도하며 복지국가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때, '혁신성장'의 소신을 보고서에 담았다. 이 보고서로 그는 공직을 떠난 이후, 문재인 정부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노력으로 일생을 살아온 김동연은 2013년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큰아들이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아들이 투병하며 골수이식을 한 날에도 주변에 알리지 않았고, 발인을 마친 날에도 오후 사무실로 출근해 국무조정실에서 만든 '원전비리 종합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요절한 아들 각별… 청년과 소통 관심
수십억 전관예우 거절… 기득권 내려놔
'성완종 리스트' 금품 거부한 2명중 1명
대선 이재명과 단일화… 8기 도정 맡아


개인적인 일로 공무를 미뤄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신념이기도 했지만, 공직에 있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던 아들도 기꺼이 그렇게 하길 바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무조정실장에서 물러날 때 신임 사무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직관'에 대한 강의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열심히 생각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공직자들의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들이 떠난 지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그는 국무조정실장직 사의를 표하고 관료 공직생활을 끝냈다. 이후 그는 양평 농가에 내려가 6개월동안 인근 중·고등학교 강연 및 봉사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대형 로펌들의 제의를 거절하기 위해 아예 숨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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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후보(사진 오른쪽)가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던 모습. 사진 왼쪽은 김 후보의 큰 아들. /김동연 후보 캠프 제공

아주대 총장·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
그러던 중 그는 2015년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다. 어릴 적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견뎌낸 청년 시절, 20대에 투병하다 먼저 떠난 큰아들에 대한 그리움에 그는 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청년들과의 소통을 중요시 생각했다.

최대한 많은 청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파란학기제'와 학점 등에 관계 없이 해외연수 장학금을 지원하는 '애프터 유' 제도를 신설하며 학생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청년 소통에 적극적이었던 그에게 2017년 문재인 정부가 경제부총리 자리를 제안한다. 그는 고민 끝에 자리를 수락했고 재임 중 3%대 성장률을 회복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경제에 정치적 이념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소득주도성장 추진에 있어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결국, 그는 2018년 고용지표 통계발표 직후 고용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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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후보의 아주대학교 총장 시절. /김동연 후보 캠프 제공

전관예우 거절하고 '유쾌한 반란'

그에게는 연봉 10억~20억대 전관예우직, 대학총장직, 대기업 및 단체 제의 등이 쏟아졌지만, 모두 거절했다. 자신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서였는데, 그는 성완종 리스트 속 금품 제공을 거부한 공직자 2명 중 1명으로 알려질 정도로 청렴과 공직의 가치를 중시했다.

공직을 떠난 후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사람들을 만난 그는 시민사회 활동에 발을 내딛는다. '유쾌한 반란'으로 사회적 이동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고, '자기 찬스'로 꿈을 이루고 싶은 청년들이 몰렸다. 그가 유쾌한 반란의 방향성을 세우면 MZ 세대인 젊은 청년들이 토론으로 구체화했고 이를 본 2030 청년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 사회 변화를 위해서는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진 그는 2021년 8월 본인의 고향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고 기득권 양당 구조를 깨고 정치교체 가치를 담은 '새로운물결' 창당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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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는 김동연 후보 모습. /김동연 후보 캠프 제공

지난 3월 대선 후보로 출마해 정치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미 공고한 양당 구조 속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에 고민이 깊어졌다.

이에 그는 당시 민주당 대선 주자로 출마했던 이재명 후보와 '정치교체에 대한 공동선언'을 합의하며 단일화를 선언했다. 양당 구조를 깨기 위해, 스스로 호랑이굴에 들어갔다고 표현하며 민주당의 개혁에 나선 것이다.

자신은 말꾼이 아닌 '일꾼'이라고 강조하며 경기도를 기회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그는, 이제 민선 8기 경기도지사로 도정을 이끌게 된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 김동연 프로필

▲ 1957년 1월 28일 충청북도 음성군 출생
▲ 광희중·덕수상고 졸업
▲ 제6회 입법고시 합격
▲ 제26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 기획재정부 예산실 실장
▲ 제4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
▲ 초대 국무조정실장
▲ 제15대 아주대학교 총장
▲ 제4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 이사장
▲ 초대 새로운물결 당 대표
▲ 새로운물결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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