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과불식', 종자가 될 곡식은 남겨달라."
김동연의 승리였다.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5곳, 경기도 내 31개 기초자치단체장도 9곳만 살아남았다. '참패'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도 피 말리는 밤샘 접전 끝에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경기도지사 선거를 역전승으로 이끈 원동력은 민주당이 아닌 '김동연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그간 민주당 텃밭이라 여겼던 다수 지역에서 국민의힘에 단체장을 빼앗겼는데, 이들 지역 중 상당수가 김동연 당선인이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를 이겼다.
대표적인 곳이 의정부, 안산, 오산 등이다. 이들 지역은 민주당이 십수년 간 자치단체장을 선출해왔던 곳이다. 특히 안산 상록과 단원의 경우 각각 6.93%p, 5.22%p의 격차로 김은혜 후보를 제쳤고, 오산도 4.2%p 차이로 김은혜 후보를 이겼다. 민주당의 뼈아픈 패배 속에서도 김동연의 경쟁력으로 어려운 판세를 돌파한 셈이다.
광역단체장 5곳·道 기초 9곳 승리
민주당, 참패에 가까운 지선 결과
의정부·안산·오산 등 텃밭도 뺏겨
승리의 배경에는 34년간 성실하게 경제 관료로 능력을 입증해 보인 인생역정과 정치 개혁을 향한 그만의 진정성이 경기도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 구분 없이 기획재정부 공무원으로 일하며 이룬 성과와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등 대한민국 경제를 운용하는 수장으로 일해 온 지난 경력이 도민에게 큰 신뢰감을 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서민경제 위기가 커진 상황에서 지난 경력을 바탕으로 한 '일꾼' 이미지를 강조한 것은 중도 성향이 강한 경기도민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볼 수 있다.
또 정치 초년생이지만, 진정성 있게 정치개혁의 방향성을 꾸준히 설파하며 민주당과 차별성을 둔 것도 도민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대선 이후 민주당이 끊임없이 갈등을 반복하는 가운데에서 김 당선인이 직접 2차례의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실책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낸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 많다.
김 당선인은 "민주당에 실망하신 국민 여러분께서 회초리를 들고 꾸짖을지언정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말아달라. '석과불식', 종자가 될 곡식은 남겨달라"고 호소한 것이 적중한 셈이다.
김, 34년 관료경력·정치개혁 설파
도민 마음 움직여… 당과 차별화
"새인물 수요… 당 중추 가능성"
캠프 관계자는 "선거 유세 막바지에 일정이 워낙 빡빡하게 짜여 있어 기자회견을 하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김 당선인이 강력하게 요청해 기자회견이 이뤄졌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난세 속에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일군 김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정치인 김동연의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향후 당권 경쟁이 시작되는 민주당에서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을 수 있다. 참패에 가까운 패배를 했지만 경기도지사 선거를 이기면서 민주당도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할 리더십이 부재한 현재의 민주당에서 민주당과 결이 다른 새로운 인물에 대한 수요가 반드시 생길 것"이라며 "어렵다는 경기도지사 선거를 승리로 이끈 드라마를 바탕으로 당내에서 입지를 다지고 민주당의 중추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지영·신현정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