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개인의 승리가 아니다. 변화를 바라는 도민, 국민의 열망이 함께 어우러져 승리를 만들었다."
민선 8기 경기도지사로 확정된 2일 캠프 상황실은 축제 분위기로 들떴지만, 김동연 당선인은 승리 앞에서도 겸손했다. 항상 유세 현장에서 말했듯, 말꾼이 아닌 일꾼으로 "약속한 것 실천으로 옮기겠다. 성과로 보여주겠다. 그동안 쌓은 경험을 도민을 위해 쏟아붓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민을 위한다'라는 김 당선인의 말은 13일간 치러진 선거운동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지기반이나 정치적 이념을 떠나 정말 '경기도민'을 만나러 다니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주민 20명 만나러 연천행 '비효율'
'1천㎞ 강행군' 목청껏 지지 호소
"겸허하게 듣고 겸손하게 일할 것"
양당구조 깨고 '정치교체' 초심으로
그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 연천군 내산리의 한 마을을 찾았다. 하룻밤을 묵으며 20여명의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 다음 날에는 모내기를 했다.
이후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또 한 번 연천군을 방문했다. 경기도 끝자락에 있는 '보수 텃밭'으로 김 당선인이 향하면서 "수원역에 가면 수천 명을 만날 수 있는데, 주민 20여명을 만나러 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그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사당역에서 선거운동을 마친 후에도 그는 "(도지사가 되면) 연천에 다시 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 당선인과 선거운동 첫날을 동행했을 때도 가장 눈길이 갔던 순간은 평택 지제역에서였다. GTX 관련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당원들과 기념 촬영까지 한 그는 그곳을 그냥 떠나지 않았다.
홀로 지제역 앞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시민들한테 먼저 다가가 자신을 소개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맨땅에 헤딩'식 선거운동이었지만, 전략보다는 도민을 만나겠다는 '김동연의 색'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었다.
마지막 선거운동 사흘을 도내 31개 시·군을 다니며 지역 비전을 제시하는 '파란 31' 대장정도 '김동연다운 선택'이었다. 1천㎞에 달하는 강행군에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중간에는 목이 쉬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유권자를 한 명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목청껏 지지를 호소했다.
정치인이 전통시장을 찾아 무언가를 먹고 사라지는 것과 달리, 김 당선인은 칼국수집에서는 자신이 칼국수를 정말 좋아하고 단골집이 있다는 일화를 말했고 포천시 송우공설시장 5일장에서는 호떡을 먹으면서도 쉴새 없이 "제 아내가 먼저 와서 여기서 호떡을 먹었다고 하더라"며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허리가 굽은 할머니를 만났을 때는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경기도지사 나온 김동연입니다"라며 스스로를 소개했다. 건넨 명함을 바닥에 던지는 시민도 있었지만,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했다.
당선이 확정된 후 그는 "겸허하게 말을 듣고, 자세를 낮추고, 겸손하게 일하겠다"는 말은 어쩌면 13일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일관되게 보여준 김동연의 모습이었다.
선거운동 끝 무렵에도, 당선된 후에도 김 당선인은 "민주당의 변화에 '씨앗'이 되겠다"고 자처했다. 양당 기득권 구조를 깨고 '정치교체'를 이뤄내기 위해 민주당이라는 호랑이굴에 들어갔다는 초심을 다짐한 셈이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