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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풍운의 정치부 기자의 촉으로 풀어보는 선거 이야기】 

"이번 선거에서 지면 정치 생명 끝납니다."

6·1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이재명(이하 존칭 생략) 후보가 손으로 자신의 목을 짜르듯 '끽'하는 모습을 연출한 장면을 본 사람이 많을 겁니다.

모두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요. 남을 웃기려고 일부러 익살을 피웠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거고, 천박하고 경박스러운 정치인의 한 모습이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지난주 이 코너(정의종의 정치 인사이드)에서 이재명의 운명을 쓰면서 '끽'하고 죽을지, 오뚝이 근성으로 '짱' 하고 다시 부활할지를 논했지요.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일단 살았습니다. 정치적 의미를 달자면 '살아도 산 게 아니다' '이겨도 개운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재명 개인은 이겼지만, 자신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은 '참패' 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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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소감을 밝힌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2022.6.1 /연합뉴스

이번 6·1 지방선거는 전략의 실패라는 말이 딱 맞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재명 책임론'으로 확산되는 느낌입니다.

선거에 승리해, '0선' 이미지는 깼지만, 누구의 말처럼 '상처뿐인 영광'이 됐습니다. 앞으로 직면할 정치적 파고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또 한 번의 파란이 예고돼 있습니다.

숱한 '설화'와 '가벼운 언행'이 낳은 이번 선거 과정도 그가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겠지요. 순탄하지 않게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의 운명적 정치 형태는 쉽게 변하지 않을 듯합니다.

이재명 저격수 박대출

그런 면에서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 디스에 집중했던 박대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메시지본부장의 메시지는 아직도 강렬하게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풍자적이고 비유적인 메시지였지만 해학적 의미를 담아내 이재명의 정치 운명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 입니다.

기자 출신 3선 의원인 박 본부장은 '한 놈만 패자'(?)는 전략을 쓴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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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 의원

이재명의 발을 묶어 놓으려고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경기도망지사'로 규정해 이재명을 인천 계양에 묶어둔 전략이 먹힌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부터 이재명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선 그의 감각적 메시지는 당 안팎에서도 많이 회자됐고 선거 전략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선거가 시작되자 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를 '경기도망지사'로 규정을 하더군요.

'대장동'이 속해 있는 성남분당갑 보궐선거를 버리고 아무 연고 없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니, 유치한 사람, 졸렬하고 비겁한 사람으로 몰고 간 것이지요.

며칠 후 '이재명 인천 계양구 부일 공원에서 숨 쉰 채 발견'이라는 이 후보의 유튜브 썸네일은 객관적으로 선거를 희화화한 가벼움을 보여준 사례였지요. 박 본부장은 '관종 정치'로 몰아붙이며 2차 가해라며 '급소'를 찔렀습니다. 박 본부장은 "사람의 목숨을 시선끌기용 낚싯밥으로 쓴다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며 "노출증은 정치적 질병이다. 치료는 은퇴"라며 비꼬았습니다.

이준석 당 대표와 죽이 잘 맞았습니다. 이 대표는 박 본부장의 글을 인용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메시지를 확산시켜 대야 공세에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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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부터), 박대출 의원, 정진석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6.1 /국회사진기자단

중간 즈음, "'이재명 바람' 어디 가고 '맞바람'만 붑니다" "거대 야당이 꿈꾸던 수도권 바람은 '실종', 대신 인천엔 역풍(逆風), 서울엔 삭풍(朔風), 경기엔 무풍(無風)"이라고 폄훼했습니다.

"대선 민심 거슬리고 도망 오니 '인천 계양을이 호구냐'는 주민의 질타까지 받았다"고 공격하더군요.

이후 선거가 한 창일 때 (어린이) 밀고, (벤치) 밟고, (손님) 찌르고, (관중) 누르고, (로봇) 뒤집고, 가벼운 언행을 모아 '이재명배 5종 경기'라고 명명하더니, 나중엔 '7종 경기'까지 늘었다고 비난했습니다.

결정적 한 방은 아무래도 '아무 공약'이 아니었을까요.

김포공항을 없앤다고 하니 '아무 공약 대잔치'라며 '황당 공약' '오히려 땡큐' '잘하면 제주도 이기겠다'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경기도망지사(發) 김포공항 해체 논란을 겪으며, "국민의힘은 원 없이 일하고 싶다. 투표해야 2깁니다"로 메시지를 끝냈습니다.


이재명 책임론

이번 선거를 놓고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선거'라는 말이 많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민주당은 안 보이고, 이재명의 명분 없는 논란거리만 주목받아 결국 민주당의 참패로 이어졌습니다.

'SF 영화' 보듯, '수직 이착륙 여객기'의 탄생을 기대했다가 설마 이재명이 '수직 추락'하는 게 아니냐는 기우까지 생기는 선거였지요.

정치가 그리 쉽던가요. 민주당의 패배는 바로 이재명 책임론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친문계와 차기 당권주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재명을 깎아내리기 시작했고, 이재명을 향한 비판 메시지를 마구 뿌리고 있습니다. 홍영표 의원은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하고 있다"고 일갈했고, 전해철 의원은 "선거 패배의 책임 있는 분들은 당의 쇄신 과정에서 한발 물러서 달라"고 비판했습니다. 오죽했으면 같은 경기 출신 이원욱 의원까지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했을까.

물론 이재명계 인사들은 공동책임론을 통해 책임론을 완화하려고 하지만, 정작 이재명은 말을 아끼고 침묵하고 있습니다. 6월은 이재명에 있어 잔인한 한 달이 될 거 같습니다.


무거운 표정의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2022.6.2 /연합뉴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