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풍운의 정치부 기자의 촉으로 풀어보는 선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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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도의 기초단체장 당선자 중에는 전직 국회의원이나 중앙 정치권 인사들이 꽤 있습니다.

체급을 좀 낮춰 시장직에 도전, 성공한 케이스이지요. 대개 운동선수들이 '챔피언'을 먹기 위해 체중 감량을 통해 성공하기도 하지만, 무리한 감량으로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체급을 낮춘다는 말이 '알짜배기 시장'의 역할을 감안할 때, 틀린 표현일 수도 있지만, 여기선 중앙 정치권에서 '하방'의 개념으로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지난 1일 선거가 끝나고 주말을 맞았지만 지역마다 당선증을 받고 시장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내주부터 본격적으로 인수위에 들어가 한 20여일 활동 후, 7월 1일부터 공식 업무에 들어갑니다.

지역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국회의원 출신이 인수위원장을 맡는 파격적인 내용이 알려지는가 하면, 또 다른 지역은 주말도 없이 민생 현장에 나가는 당선자들도 있어 경외지심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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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민선8기 김포시장 당선인 등 국민의힘 김포지역 당선인들이 전국동시지방선거 다음날인 2일 마산동 현충탑을 참배했다. 참배에는 무공수훈자회 회장 및 간사가 동행했다. 이날 김병수 당선인은 "김포 현충탑은 전국에서 세 번째, 경기도에서는 두 번째로 큰 만세운동의 현장"이라며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춘과 목숨을 바치신 호국영령의 넋을 기린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의 임기는 오는 7월 1일부터 시작되며, 그에 앞서 인수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김병수 당선인 선거사무소 제공

김포 -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김병수 당선자 인수위원장 맡은 홍철호 전 의원
좀 한가한 주말을 보내려고 하는 데, 가장 먼저 파격 행보가 들리기 시작한 곳은 경기도 김포시였습니다.

김포시는 국회 보좌관 출신 김병수 후보가 당선된 지역입니다.

보좌관 출신이 단체장에 바로 당선된 것만도 이례적인 일인데, 김포시장직 인수위원회에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홍철호(김포갑 당협 위원장) 전 의원이 맡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홍 전 의원은 평소에도 '김 보좌관이 시장되면 내가 인수위원장을 맡겠다'고 선언을 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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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호 전 국회의원. /경인일보DB

지역에 애정이 많은 분이라 그리 놀랄만한 뉴스는 아니지만, 대선과 이번 선거에서도 교통난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가 높아 한강선과 GTX(광역개발철도) 개발에 대한 욕구 충족을 위해 팔을 걷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김병수 시장 당선자를 배출하고, 지역 공약까지 실현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 주겠다는 열정, 이른바 '도제식 정치'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풍토가 좀 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실 국회의원 지낸 분이 지방의 인수위원장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요. 사심이 없고 '김포는 내가 지킨다'는 열정 없이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는 "우리가 배출한 당원이 시장이 됐는데 자리의 높고 낮음이 어디 있느냐"며 "(옆 지역 김포갑) 박진호 위원장과 함께 인수위에 들어가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환호하는 이동환 고양시장 당선인
이동환 고양특례시장 당선인이 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목에 걸고 두 팔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2022.6.2 /연합뉴스

고양 - 중앙 정치권 출신 이동환 당선자 "바로 민생현장으로"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고양시장에 당선된 이동환 당선자.

그 역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며, 남경필 전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청에서 정책특보로 단련된 중앙 정치권 인물입니다.

4년 전 고양시장에 출마해 고배를 마시고 여러 번 정치적 부침을 겪었지만 이번에 7.29% 포인트의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돼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소감을 묻자, 고무된 목소리로 "고양시에서 이렇게 큰 차이로 이긴적이 없습니다. 아니 20년 이상은 됐을 겁니다"라며 감격하는 모습이 이채로웠습니다. 신도시가 들어서고 언젠가부터 '야도'로 변했지만, 그가 고지를 탈환하면서 더 중압감을 느끼는 인상을 보이더군요.

그래서 그는 인수위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바로 민생현장을 찾아가겠다며 빠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가장 먼저 나갈 곳이 '땅 꺼짐'이 발생한 현장과 화재 발생 지역을 꼽았습니다.

얘기를 듣는 기자도 순간 '참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앙 정치권에 머물다 간 사람의 경우 대체로 이미지 정치를 많이 하는 데, 지역의 어려운 곳에 나가 시민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 주겠다는 자세가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해 지역에서 방치된 한옥마을이나, 전 시장 시절에 논란이 됐던 현장에 나가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겠다고 했습니다.

지역에 열정을 보이는 것을 보면서, 차마 '조만간 소주 한잔 하자는 말을 못하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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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진 성남시장 당선인이 3일 오전 국민의힘 도·시의원 당선자들과 함께 수정구 소재 현충탑을 참배하고 있다./신상진 당선인 측 제공

성남 - 4선 의원 출신 신상진 당선자 "전문가 통한 인수위… 명품 도시로"
방향을 돌려 경기 남부권을 보겠습니다. '이재명의 도시' 성남시를 탈환한 신상진 전 의원은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중진급 인물입니다.

그 역시 대장동의 실상을 파악해 성남을 명품도시로 격상시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인수위 구성도 전문가를 통해 행정에서는 공공성 회복, 주민의 삶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동네병원' 의사 출신으로 성남 구도심에선 슈바이처로 통할 정도로 민심과 가까이 있는 인물이지요. 그는 "첫 희망시장으로 명품 성남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세간의 말로 '천당 밑 분당'이라고 하는데, 이제 '천당 밑 성남'을 만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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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새벽 남양주시 다산동 선거사무실에서 국민의힘 주광덕 남양주시장 당선인이 가족들과 승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6.2 / 주광덕 당선인 캠프 제공

남양주 - 재선 의원 지낸 주광덕 당선자의 '휴먼북 라이브러리' 프로그램
이웃집 아저씨 냄새가 풍기는 주광덕 남양주 시장 당선자도 재선 의원을 지낸 '경기도 사람'입니다.

이번 선거 때 보니 주로 '전통시장'과 '치맥족'들과 자주 만나 대화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는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남양주도 줄 투표라는 지방선거의 특성을 깨고, 경기도지사 선거는 졌으나 시장 선거는 이기는 결과를 낳았더군요.

경기도지사 후보감으로 거론될 정도로 무게감 있고, '체급'을 낮춰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도 자신보다 내 고향 남양주에 대한 애향심과 열정이 강한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 내세운 대표 공약인 '휴먼북 라이브러리'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아빠찬스' '엄마찬스'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아직 업무를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벌써 설렌다'며 "대한민국에 내놓으라 하는 음악가 작곡가 스포츠 경력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재능기부에 나서겠다고 줄을 서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의 작곡가 이범희, 축구 골키퍼 김병지 선수 등 내로라하는 유명세 인물들을 손으로 꼽더군요.

듣다 보니, 기자인 저도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은퇴하고 남양주에 전원주택을 마련해 '휴먼북 라이버러리'를 참여해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애들을 가르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겠구나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기부라는 게 재능 기부와 경제적 기부 등 다양한 데, 초심을 잃지 않고 잘 해 나가면 전국적으로 좋은 롤모델이 될 수있다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는 듯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남양주의 외진 마을을 돌아보는 1박2일 프로그램도 가동할 거라 했습니다. 아주 구체적인 일정도 소개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하고, 이미 이부자리도 마련했다고 합니다. 동네 경로당에서 자고, 아침에 동네 식당에서 된장국 한 그릇 먹고, 출근하는 소박한 시장이 되겠다는 소망입니다.

남양주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초심 잃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대한민국 중심 남양주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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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용인시장 당선인이 당선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2.6.2 /이상일 당선인 제공

용인 - 미국 특파원 출신 이상일 당선자 "실리콘밸리 버금가는 도시로" 포부
초선 의원 출신인 이상일 용인시장 당선자도 미국 특파원 출신 답게 '위대한 용인' '글로벌 용인' 구상을 밝혔습니다.

지역에선 초선 국회의원에, 방송 패널 활동을 오래 해 인지도가 꽤 높았을 테고, 경쟁 후보에 비해 참신함도 돋보여서인지 꽤 많은 표 차이를 냈습니다.

인수위는 용인을 잘 아는 행정학자를 모시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시장에 취임하면 김병준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 같은 거물급 인사들도 용인특별고문에 위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용인을 실리콘 밸리에 버금가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용인·수원특례시장 등 반도체 핵심도시 시장이 참여하는 대통령직속 반도체발전위원회를 구성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대선 후보 경선 캠프에서 부터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으니 한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사실 용인하면 난개발, 베드타운 이미지가 강합니다. 원삼에 SK하이닉스가 들어오고 기존에 형성된 반도체 클러스트와 연계하면 대한민국 반도체 중심도시로, 성장 동력의 핵심 기반을 닦을 수 있는 유리한 지역입니다.

그 역시 아침에 기자와 통화에서도 "대한민국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그 절반을 용인이 감당한다"면서 "미국 실리콘 밸리를 능가 할 수 있는 국제도시로 성장하도록 브랜드 이미지를 키워 나가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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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용인시장 당선자 성김 대사와 만남

오늘 아침 그의 페이스북에 '어제 저녁 한국을 방문 중인 미국의 베테랑 외교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겸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와 만난 사실을 공개했던데, 글로벌 용인을 만드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성 김 대사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어 적절한 시기에 용인 방문을 추진할 것이라고 소개도 해 놨더군요. 특파원 시절, 북한 핵 개발에 대해 성 김 대사와 많은 얘기를 했다고 했는데, 용인이 글로벌 도시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