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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실장
김동연은 6·1 지방선거에서 나홀로 '별'이 됐다. 국민이 도민이 국민의힘 김은혜 쪽으로 기운 개표진행 상황을 지켜보다 잠들었다. 어두운 밤 내내 절망적이던 판세를 뒤집고 먼동이 터오는 새벽에 별이 반짝 떴다. 눈을 비비고 일어난 유권자들은 경기도지사 당선자 김동연을 마주했다. "민주당이 아니라 김동연이 이겼다." 6월 3일자 경인일보 1면 톱기사 제목이다. 6·1 지방선거 전체를 규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선거가 끝난 하늘에 김동연만 빛났다.

축제는 끝났고 일상이 시작됐다. 기적이 지나간 자리를 다시 차지한 현실은 고단하다. 7월 1일 시작되는 김동연의 경기도지사직도 그럴 것이다. 자제력으로 현실 감각을 복원해야 할 시간이다. 언론과 정치권의 수다에 놀아나면 안 된다. 언론은 김동연을 대권주자 반열에 올렸다. '이재명 밖에 없다'거나 '이재명은 안 된다'고 분란이 일어난 민주당 계파들도 김동연을 경계하거나 주목한다. 별이 된 건 김동연인데 별의 순간은 언론과 정치권이 즐기는 형국이다.

스스로 빛나는 별(항성)은 행성과 위성의 반사광을 쪼일 이유가 없다. 별이 살고 죽는 건 오로지 빛과 열을 발생시킬 자기 동력 유지 여부에 달렸다. 선거에서 별이 된 김동연은 경기도지사직에서 별빛을 유지할 동력을 얻어야 한다. 


현실에선 언론·정치권 수다에 놀아나면 안돼
'78:78' 도의회 균형 능력 발휘할 최적 조건


지방선거는 김동연이 능력을 발휘할 최적의 정치적 조건을 제공했다. 경기도의회는 완벽하게 수평을 이뤘다. 도내 기초단체장 31명 중 국민의힘 당선자가 22명이다. 김동연을 제외한 수도권 광역단체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대화와 협치가 아니면 도정이 굴러갈 수 없는 자치 지형이다. 역설적으로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김동연 캐릭터가 빛을 내기에 좋은 환경이다. 국민과 도민이 김동연만의 정치 무대를 만들어준 듯, 착각할 정도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78:78로 균형을 맞춘 경기도의회는 김동연에게 시련이자 복음이다. 이재명 전 지사 때의 경기도의회는 135석의 민주당이 완벽하게 지배했다. 견제 없는 도정은 거칠 것이 없었다. 대장동 실행자 유동규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도정에 숨어들었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지사 옆집에 직원숙소를 마련했다. 지사 부인은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의 시중을 받았고, 그 공무원은 법인 카드로 지사댁에 음식을 사 날랐다. 도의회는 눈 없는 거인이었다. 이젠 도정의 일방독주가 불가능하다. 가부 동수면 부결이다. 도의회의 감시와 견제로 김동연은 투명해지고 실용적으로 단련될 것이다.

국민의힘 서울·인천 시장과의 협력과 경쟁도 김동연의 정치적 무게를 늘려 줄 자양분이다. 경기·서울·인천 3개 광역단체 사이엔 수도권매립지 문제부터 시작해 경제, 환경, 복지, 교통 등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광역 의제들이 즐비하다. 특히 김동연 못지 않게 차기 대권주자로 각광받는 오세훈과의 협력과 경쟁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수도권 민심의 한복판에 짱짱한 라이벌과 맞선 것은 정치적 축복이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서로에게 존재의 이유였다.

서울·인천시장과 협력·경쟁 정치적 자양분
민주당 분쟁서 역할 주문 휘말리면 안된다


김동연은 민주당식 정치 문법을 버려서 당선됐다. 덕분에 민주당과 이재명이 아니라 김동연이 이기고 별이 됐다. 20대 비대위원장 박지현이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을 때 김동연만이 유일하게 고개 숙여 동참했다. 전국민이 사과하지 않는 민주당 후보들을 심판할 때 경기도민은 사과하는 김동연을 선택했다. 민주당이 아니라 김동연의 상식과 능력만을 본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이 김동연을 대권주자로 추어올린다. 민주당 분쟁에서 역할을 주문하고 발언을 유도한다. 휘말리면 안 된다. 박지현에게 탁자를 치며 꾸짖고 조롱하고 외면한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김동연 수준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 먼저다. 김동연이 숨을 고르고 명상하기 바란다. 중앙정치의 악습을 뒤엎을 지방정치 혁신의 청사진이 떠오를 것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