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avsadfg.jpg
【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풍운의 정치부 기자가 전하는 대통령실 이야기]

내일(10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는지 딱 한 달 되는 날입니다. 정치 신인으로 들어와 과거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습니다. 누군가 '구름 위를 걷는 모습'이라고 폄훼했지만, 한 달간 용산을 드나든 기자의 입장에선 기존 정치 문법을 깬 '윤석열식 대통령상'에 매일 기대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구중궁궐인 청와대를 벗어나 과거 국방부가 있는 용산 삼각지에 새로운 둥지를 튼 것만으로도 파격 행보 그 자체입니다.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국민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새로운 대통령상을 구축한 것만으로도 쇼킹한 뉴스이고 변화였습니다.
지금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청사 내부는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q5.jpg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용산공원 부지가 10∼19일 열흘간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된다. 이번에 개방되는 곳은 신용산역에서 시작해 장군숙소와 대통령실 남측 구역을 지나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직선거리 1.1km 대규모 공간이다. 7일 언론에 미리 공개된 용산공원의 대통령실 남측 구역. 대통령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이 구역에서는 '대통령실 앞뜰 방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022.6.9 /연합뉴스
 

보안시설과 사무실의 새로운 공간 배치를 위해 기자실 주변에는 매일 구멍 뚫는 전동 드릴 소리에, 건물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요란한 소리가 들려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 공사를 위해 청사에 들어온 인부들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속한 군인, 직원들이 한 데 뒤엉켜 항상 어수선하고 정리 정돈되지 않은 어수선한 분위기이지요.

건물 내부에는 벽면을 뜯어내거나 공사로 인한 먼짓가루가 뿌옇게 휘날려, 맑고 쾌적한 분위기가 되려면 아직도 보름 이상은 더 지나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 한 달을 맞은 윤 대통령은 초유의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됐습니다.

청사 인근에 외교부장관 공관을 뜯어고쳐 관저로 활용하기로 했으나 이마저 이번 달 말까지는 공사를 더 해야 한다고 합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윤 대통령 집권 초의 최대 이벤트이지요.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겠다며 청와대를 시민들에 개방하고 자신은 용산 국방부 청사에 새 집무실을 차려 이른바 '용산 시대'를 열었습니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고, 누구도 이행하지 못한 통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의 대통령상은 구중궁궐 심처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몰랐지요.

그러나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 달 동안 많은 일정이 시민들에게 노출돼 예전과 달리 '국민속'으로 들어가려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취임 후 잔치 국숫집에서 참모들과 점심을 하고, 또 참모의 생일을 챙겨주기 위해 피자집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일반 시민들에게 포착돼 SNS 등에 대통령의 동선이 노출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대선 때 '혼밥'(혼자 식사하기)하지 않겠다던 굳은 약속을 지키려 부단히 애쓰는 모습 같기도 하고, 워낙 먹성이 좋은 스타일이라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느 '불금'(불타는 금요일)에 거나하게 한 잔하고 시민들에게 사진이 찍혀, 반대 진영의 유튜버들에게 공격당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지요. 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정 많은 터프가이'의 진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과거 청와대 시절, 참모들조차 눈치채기 어렵게 은밀한 자리가 벌어진 전례에 비하면 세상사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출퇴근하는 대통령으로 매일 청사에서 출근길 기자들과 나누는 질문 응답시간은 익숙하지 않은 장면입니다.

q2.jpg
윤석열 대통령 출근 차량 행렬이 서울 반포대교를 지나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2022.5.25 /연합뉴스

간혹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이 로즈가든에 서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이 눈에 익는데, 우리 정치사에서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은 평소 우리 정치사에선 보기 드문 모습입니다만, 대통령실은 이제 자연스러운 취재 방식이 되었습니다. 오늘 현재까지 출근길 도어스테핑 횟수는 총 12회입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매일 국민의 궁금증에 대답하는 대통령으로 안착하고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대통령도 오늘은 어떤 질문이 나올까 생각하면서 출근해서 그에 대해 대답을 하고, 이런 과정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한 달의 중요한 특징처럼 됐다"고 말하더군요.

결론적으로 좀 더 좋은 소통의 장이 되게 하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각오입니다.

강인선 대변인은 오늘 브리핑에서 "내일이 대통령 취임하신지 한 달 되는 날인데, 어떻게 정신없이 지났다"며 "저희도 취임식 할 때까지 정신없었고 그다음에 한미 정상회담 하느라 너무 바빴고, 이어서 선거 있었고, 한숨 돌리고 보니 한 달이 벌써 지났다"고 소회를 밝히더군요.

파격 행보는 가정사에서도 보여줬습니다.

주말에는 부인 김건희 여사와 나들이를 즐기는 보통사람의 모습, 부인의 손에 이끌려 동네 백화점에 들러 구두를 사 신고, 옛날 생각 하고 사람이 많은 재래시장에 나가 먹고 싶은 음식을 포장해 오고, 남산길을 걸으며 시민들과 '셀카'를 찍는 모습은 '윤석열식 대통령상'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보여주기식 쇼는 하지 않겠다'는 보통 사람 윤석열의 진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한 달이었습니다.

지난달 국민대표 20명을 초대해 기념 시계를 선물했다. 취임 이후 1호 선물이었지요.

q3.jpg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에서 열린 국민희망대표 초청 대통령 취임 기념 시계 증정식에서 피트니스 선수 김나윤 씨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선물하고 있다. 2022.5.2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퇴임을 앞둔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단을 초청해 환담하기도 했고, 오늘은 보훈의 달을 맞아 천안함,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전, 목함지뢰 사건 참전 용사와 유가족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했습니다.


간담회 후에는 호국 영웅을 초청해 점심을 대접하는 '소통식탁' 프로그램도 만들어 극진히 모시는 성의를 보였지요.

윤 대통령은 이번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업무 스타일은 매주 월요일 한 차례만 열리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가 아니라도 수시로 참모들을 불러 대면 보고를 받고 '디테일'을 챙긴다고 합니다.

q1.jpg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2.6.7 /연합뉴스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KTX 특별 열차를 편성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과 참모들을 이끌고 광주를 방문한 일은 과거에 보지 못한 파격이었습니다.


며칠 전 국무회의에선 반도체 산업의 안보·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며 법무부 장관, 법제처장 등 비경제부처 수장에도 '반도체 과외'를 받으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반도체 전문가'인 이종호 과학기술부장관이 먼저 '반도체의 이해 및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약 20분간 특강을 하고,특강이 끝난 뒤에는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 간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출근길에 "첨단 산업으로 우리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지 않으면 사회 체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모든 각료나 국무위원들이 이 부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다 갖추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강국을 꿈꾸는 윤 대통령의 이런 주문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은 미래먹거리 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반도체산업지원특별위원회'(가칭)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런 영광 뒤에는 '열일'하는 대통령실 직원들이 한 달간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옥에 티'가 되고 있습니다.

아직 임용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고, 밀린 임금의 소급적용도 안 된다고 합니다.
월급은 고사하고 완전한 직원 채용도 아직 안 된 상태여서 신분도 불확실하다는군요.
매일 새벽 6~7시 출근해 밤 10시 퇴근이 기본이고, 때론 밤 늦은 시간까지 근무 하면서 자리에서 쪽잠을 자기도 한답니다. 대통령실 근무가 뭐길래,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볼멘 소리가 점차 나오는 분위기 입니다.
그러나 고위직인 비서관 이상은 임용절차를 마쳤고, 3~5급 별정직 공무원, 즉 '어공'(어쩌다 공무원)들만 아직 불완전하게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늘수록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지게 마련이지요.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



■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 새로운 10가지 변화


① 용산시대 개막,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 정부 수립 74년 만에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돌려드리고, 취임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집무 개시
- 5.10~6.8 청와대 누적 관람객수 75만8,394명

② 출근하는 대통령의 상시적 도어스테핑(총 12회)
- 출근하는 대통령을 국민이 매일 목격하고, 출근길 국민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

③ '시민 곁으로' 말이 아닌 실천으로
- 평일 점심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시민들과 수시로 어울리는 깜짝 소통 행보
- △취임 당일 삼각지 경로당 및 놀이터 방문 △주말 백화점에서 신발 구매 △주말 전통시장 방문 △집무실 인근 국수집과 빵가게 방문 △주말 한강변 애완견과 산책 △천안함 셔츠와 모자를 착용하고 개방된 청와대 방문 △종로 피자집에서 점심식사 후 청계천 산책 등
- 청와대라는 밀폐된 공간을 나와 시민과 같은 공간 속에서 생활하는 최초의 대통령. 용산시대 대통령 부부의 일상을 시민들이 직접 목격하는 새로운 경험

④ 시민에게 개방한 대통령 집무실
- △국회의장단 접견(5.24) △국민희망대표 20인 초청 오찬(5.25) △천안함 폭침 생존 장병 및 연평해전, 북한 목함지뢰 도발 희생자 가족(6.9) 등 집무실 초청

⑤ 청사 앞마당을 시민 광장으로
-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500여 명이 넘는 인사가 참석한 중소기업인 대회(5.25)를 개최. 대통령은 테이블을 다니며 인사를 나누고 사진 촬영. 조만간 용산 주민들을 청사 앞 잔디광장으로 초청하는 행사도 계획

⑥ 가까워진 대통령과 비서진
-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진의 사무실이 한 건물에 모여 있어 수시로 소통하며 업무 효율 극대화

⑦ 파격적인 통합 행보
- △대통령 요청으로 여당 의원 전원 5.18기념식 참석 △시정연설 후 여야 국회의원 전원과 악수 인사 진행

⑧ 취임 6일 만에 시정연설, 취임 20일 만에 1호 공약(손실보상 추경) 실행
- 국회와의 소통 강조하며 취임 6일 만에 국회를 찾아 민생 안정을 위한 시정연설 진행.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로 취임 20일 만에 1호 공약 이행

⑨ 기자실부터 방문한 대통령
- 취임 사흘(5.13)만에 기자실 방문.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이 한 건물에 위치한 첫 정부

⑩ 역대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
- 통상 취임 두 달 뒤 성사되던 한미 정상회담을 취임 11일 만에 개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국민과 전 세계에 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