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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재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2019년 경기도 관광수입 3조6천억원. 언뜻 자랑스러워 보이는 수치임에도 한 꺼풀 벗겨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중 외래객 관광수입은 7천557억원으로 국내 관광수입 2조8천700억원의 4분의 1수준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관광분야가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중요한 성과는 있었다. 시나브로 관광. 어느덧 관광이 우리의 곁에 스며들어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라는 깨달음이다. 방역이 완화된 틈을 타 공항으로 사람이 몰리는 것을 단지 '놀러간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공항을 향하는 발걸음을 바라보며 비난하는 마음보다 그 심정을 공감하는 마음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광산업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은 소비산업으로 인식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방역지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관광의 산업 규모를 파악하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직은 관광이 우리에게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관광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다. 관광을 '굴뚝 없는 산업'으로 묘사하며 수출품으로 여기던 시대, 해외여행 자유화와 더불어 봇물처럼 해외관광을 떠났던 시대,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살펴보자던 시대를 거쳐, 이제는 관광을 보편적 복지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불과 얼마 전 주5일제를 앞두고 노동과 여가의 논쟁 속에서 여가 중심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과도 같았던 선언들이 현실이 된 지금 우리 사회는 관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나라의 관광예산은 경제 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꼴찌 수준이다. 2021년 관광부문에 배정된 정부예산은 연간 1조4천949억원이고 이는 전체 예산 557조원 대비 0.26%에 불과한 금액이다. 경기도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문화관광 예산의 총예산 대비 비중은 2022년 기준 약 5천293억원으로 전체 예산(일반회계 29조9천414억원) 대비 1.77% 수준이다. 이를 관광으로 한정하면 한없이 작아진다. 이런 낮은 재정의 비중은 낮은 국내 관광산업의 GDP 기여도의 중요한 원인이다. 세계관광위원회(World Travel and Tourism Council)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관광산업의 GDP기여도는 4.4%로 세계평균 10.9%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조사국들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낮은 투자, 낮은 산출의 당연한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에는 관광은 우리에게 너무 중요한 산업이다. 지리학자 R. 플로리다는 창조도시(creative city)의 3대 필수 요소로 3T 즉, 인재(talent), 기술(technology) 그리고 관용(tolerance)을 들었다. 관용이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종을 의미한다면 이러한 다양성의 원천은 소수 집단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관광의 본질적 속성인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상호작용'은 이러한 관용을 형성하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상호작용 속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생겨나고, 관계로 발전하며 관용이 생겨난다. 최근 등장한 '관광시민'이라는 말은 관광에서 포용을 바라보는 시선을 집약적으로 잘 나타낸다. 이제 지역은 더 이상 지역주민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관광객과 공생하는 공간이 되었다.

관광 행정도 이제는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경기도의 행정조직을 살펴보면, 문화체육관광국 산하 5개과 중 하나로 관광정책팀, 국제관광팀, 관광기반팀, 지역상생관광팀 등 4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팀별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개별사업의 내용을 중심으로 팀이 구분되어 있다. 이러한 조직구성이 사회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는 고민해 보아야 한다.

코로나 19의 긴 터널의 끝에서 우리는 관광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관광에 대한 우리들의 변화된 인식을 제대로 충족하기에 걸림돌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제는 산업이고 산업일 수밖에 없는 관광산업을 인정하고, 적절한 예산과 이에 대응하는 추진체계를 통해 관광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3조6천억원은 경기관광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인재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