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살던 고려인 3세 김따마라(61·여)씨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남편과 함께 가까스로 현지를 탈출해 폴란드를 거쳐 지난 3월 한국에 들어왔다. 폴란드에 머물고 있던 김씨 부부는 한국에서 지내고 있는 딸의 도움을 받아 입국할 수 있었다.
김씨 부부는 돈을 빌려 인천에서 고려인들이 가장 많이 정착해 사는 연수구 함박마을에 자그마한 원룸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부는 입국 당시 받은 단기방문(C-3) 비자로는 취업할 수 없어 생계가 막막하기만 하다. 당장 매달 내야 하는 원룸 임차료 50만원도 큰 부담이다.
김씨는 9일 인천시청 앞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피난 동포 지원 촉구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오면서 짐을 제대로 못 꾸리고 (옷가지 등) 가장 필요한 것만 급하게 챙겼다"며 "(전쟁터에서)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어 감사하지만 일을 하지 못하다 보니 생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인천지역연대, 시청 앞 기자회견
연수구 함박마을 원룸 구했지만
단기비자로 취업은 못해 '막막'
이날 기자회견은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인 '인천지역연대'가 개최했다. 이 단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피해 국내에 입국한 고려인 동포는 현재 1천200여명으로, 이중 120여명이 연수구 함박마을 인근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긴박한 전쟁 상황에서 탈출한 만큼 생계비가 부족하고, 경제 활동이 어려운 미성년 자녀, 여성, 고령자라고 한다.
인천지역연대는 "국내에 입국한 고려인 동포들은 체류 자격이 장기 체류로 변경되면 일을 할 수 있다. 6개월 정도만 지원하면 자립이 가능하다"며 "인천시가 최소한 이 기간에 주거비, 긴급생계비 등을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