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장애인들이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투표소로 인해 참정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장애인단체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6·1지방선거 사전투표와 본 투표 당일에 장애인들과 함께 인천지역 투표소 34곳을 모니터링했다.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이하 인천선관위)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2층 이상 또는 지하공간에도 투표소를 설치했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은 현관에 마련된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런 투표소는 21곳이나 됐다.
휠체어 경사로 폭 좁아 진입 어렵고
승강기 없어 참관인 용지 대신 넣기도
인천 동구 한 사전투표소를 찾은 이연수(가명·뇌병변장애인)씨는 "투표함과 기표소가 2층에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올라가지 못해 참관인이 대신 투표용지를 넣어줬다"고 털어놨다. 이씨 등 장애인들은 비밀투표와 직접투표의 원칙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인천선관위 관계자는 "구도심 등에 마련한 일부 투표소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종종 있다"며 "공직선거법상 이동 약자가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하는 것은 직접선거 등과 관련해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장애인들의 이런 불편 사항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휠체어 경사로의 폭이 좁아 투표소 건물 출입이 어렵거나 장애인을 위한 투표보조용구가 비치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뇌병변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은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거동불편자용 기표대나 입에 물어 도장을 찍는 마우스피스형 기표용구 등 투표보조용구가 필요하다.
미추홀구 한 투표소에서 투표한 최치웅(가명·지체장애인)씨는 "거동불편자용 기표대가 한쪽에 치워져 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입에 물어 도장 찍는 용구 없는 곳도
"평소에도 설치 예정지 점검 해야"
인천선관위가 장애인을 위해 제공하는 이동 편의 서비스에 대한 홍보도 부족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장애인 유권자 투표 편의를 위해 휠체어 탑승 설비 차량이 지원됐다. 인천선관위는 각 군·구 장애인단체와 장애인복지관 등에 해당 내용을 홍보했지만, 이를 사전에 안내받은 모니터링 참여자는 34명 중 11명뿐이었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유재근 활동가는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투표 편의 지원 차량 등을 몰라 이용하지 못한 분이 꽤 있었다"며 "선거 당일에는 (인천교통공사의) 장애인 콜택시도 무료였는데,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들은 투표소 화장실 이용에도 불편을 겪었다. 이번 모니터링 대상이었던 투표소 중 8곳은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고, 17곳은 남녀 화장실이 나뉘지 않았다.
계양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신성수(가명·뇌병변장애인)씨는 "장애인 화장실을 찾으려 투표소 곳곳을 돌았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만한 화장실이 없어 일반 화장실에서 소변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선관위가 선거가 없는 해를 비롯해 평소에도 단계적으로 투표소 설치 예정지를 찾아 편의시설을 점검해 나가야 한다"며 "장애인 편의 서비스 홍보를 위해 후보자 방송토론회를 비롯한 선거관련 방송에 광고나 배너를 넣는 등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