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기하지 않고 부지런히 달리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옵니다."
파일 공사 전문업체인 광명 소재 선일산업(주)는 지난해 대한전문건설협회가 발표한 시공능력 평가액 기준 전국 1천432개 동종업계 중 13위를 기록했다. 경기도로 범위를 좁히면 246개 업체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결과다. 사무실 내 화이트보드에는 당진 LNG 기지와 영흥화력발전소 등 현재 진행 중인 공사 관련 메모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17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용완(64) 대표는 "파일 공사는 모든 공사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 4시30분이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전날 술을 마시든 야근을 하든 관계없이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일과를 시작하는 이유는 현장을 더 많이 다니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아침 8~9시에 집에서 나섰다가 행여 차라도 밀리면 오전 시간을 그대로 날리게 된다"며 "한 군데라도 (현장을) 더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현장 더 찾느라 새벽 4시 30분 기상
보증 섰다 130억 빚 20년만에 갚아
최근 3년 연속 연매출 300억원 달성
3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가난한 환경 탓에 일찌감치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3학년 여름 무렵부터 일을 시작, 6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고3 때부터 여태까지 하루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며 "믿을지 모르겠지만 아는 노래가 없어서 회식 때 노래방에 가면 지금도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돈을 벌어 대학에 진학하려던 꿈도 잠시 미룬 채 20대 시절 일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32세의 이른 나이에 기초공사 관련 회사를 설립, 대표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그러나 이내 시련이 찾아왔다. 보증을 잘못 선 탓에 무려 130억원의 빚을 졌다.
이 대표는 "그때 사실 나쁜 생각도 많이 했는데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생각하니 너무 분했고 오기가 생겨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며 "다시 앞만 보고 부지런히 달리다 보니 20년 만에 빚을 다 갚게 되더라. 만약 좌절한 채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했다면 그걸로 끝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침을 겪은 이후 이 대표는 2005년에 지금의 회사를 설립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일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대충 하는 법이 없다는 그는 최근 3년 연속 회사 연 매출 300억원을 달성하며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일을 시작한 이후로 현재까지 전국 방방곡곡 1천400곳의 현장을 다녔다. 거의 매일 다니기 때문에 1년에 차를 10만㎞ 넘게 타는데, 덕분에(?) 2년마다 차를 바꾸고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