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가장 첨예한 노동 문제입니다. 노동자들이 일을 거부하는 파업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극명히 엇갈립니다. 어떤 이는 파업 자체에 혐오감을 느끼고 어떤 이는 힘 없는 노동자의 최후의 보루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모든 사회문제가 그렇듯 언제나 옳은 파업도 없고 언제나 그른 파업도 없을 것입니다. 파업 자체가 옳으나 그르냐가 아니라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 파업을 하는 지가 중요하겠지요. 노동법이 보장한 권리인 파업이 늘 뜨거운 감자인 것은 파업이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 때문일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고용주와 고용된 노동자 사이의 문제인 파업은 때때로 사회 문제로 비화합니다. 현재 진행형인 화물연대의 파업이 그렇습니다. 이번 파업의 화두는 '안전운임제'입니다.
물류시스템은 화물을 받아야 하는 화주와 이를 운송하는 화물차주(화물차 기사)의 계약으로 지탱됩니다. 항만이나 공항으로 물류가 선적되면 화물차를 소유한 차주는 화주와의 계약에 따라 물건을 싣고 특정 장소로 옮겨 소득을 취합니다.
수출이든 수입이든 생산단가에 이런 물류비를 더해 물건 비용이 결정되고 화주는 물류비용이 높아지면 적은 이윤을, 물류비용이 낮아지면 높은 이윤을 취할 수 있습니다. 기름으로 굴러가는 차량을 운전하는 차주는 유류비에 따라 물류수송비용이 달라집니다.
기름값이 비싸지면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적은 이윤을 가져가고 기름값이 싸지면 높은 이윤을 취할 수 있습니다. 운송해야 할 거리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차주 높은 이윤 '과적·과속·과로 문제'
'최저운임' 법제정 2020년부터 시행
상품 값 상승 작용… 기업 경영난도
차주가 높은 이윤을 가져갈 수 있는 편법이 있습니다. 같은 차라도 많은 물건을 싣고, 여러 번 배송하고, 빨리 달리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겠지요. 그래서 차주들의 과적, 과속, 과다 노동 문제는 만연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잠을 자지 않고 빨리 달리며 많은 물건을 실은 화물차들이 도로에서 사고를 내는 일이 발생합니다. 종종 인명 피해를 동반하기에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그래서 도입한 게 안전운임제입니다. 과적, 과속, 과다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기름값과 같은 운송원가와 별개로 받을 수 있는 최저 운임을 사회가 결정해주는 것입니다. 2019년 법으로 제정된 안전운임제가 2020년 시행되면서 실제로 차주들의 소득이 올라갔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참으로 좋은 제도인 안전운임제는 어떤 이들에겐 힘겨운 짐처럼 다가옵니다. 바로 화주들이죠.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라 일정 비용을 보장해 줘야 하기 때문에 형편이 좋든 나쁘든 지출해야 할 비용의 평균값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물류비용이 높아지니 생산원가에 물류비를 더해 결정되는 상품 가격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상품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이것은 곧 기업 이윤을 낮추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 때문에 경영난에 몰린 기업까지 있다는 게 화주 측 입장입니다.
안전운임제에는 일몰제가 적용됩니다. 하루가 지나면 해가 지듯, 일몰제가 적용된 제도는 일정 기간(안전운임제는 3년)이 지나면 소멸됩니다. 안전운임제 기한은 올해 말까지입니다. 안전운임제, 계속 둬도 될까요. 아니면 일몰해야 할까요.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