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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피해자의 사망 또는 중상해 외에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분류되지 않는 곳은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불가하다는 게 법적 근거가 된다. 보행자는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내 한 아파트 단지 모습. /경인일보DB

 

아파트 단지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피해자의 사망 또는 중상해 외에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해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3살 여아가 1.5 t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경찰은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운전자는 과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당한 경우에 한 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졌음에도 유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상황이다. 


도로교통법상 '도로' 아냐… 사망·중상해 아니면 운전자 책임 못 물어
2020년 경기도 955건 발생… 보행자 보호에 소홀한 '사각지대' 도마위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통계를 보면 지난 2020년 경기도 내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955건이다. 전국(2천728건)에서 발생한 아파트 단지 내 사고 중 35%에 달하는 수치다. 이 사고로 인해 8명이 목숨을 잃었고, 1천103명은 부상을 당했다. 181명은 중상, 922명은 경상을 입었다.

하지만 최근 용인의 사례처럼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은 경우가 아니라면 가해 운전자는 형사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중상해는 경찰에서 집계하는 부상과 다르게 신체 고유 기능이 영구적으로 손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뒤 극적으로 신체 기능이 회복되거나 무면허 운전자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의 경우에도 가해 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자칫 운전자가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피해 갔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운 셈이다.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분류되지 않는 곳은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불가하다는 게 법적 근거가 됐다.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아파트에서 외부 차량 출입을 금지한다면 단지 내 보행로는 도로가 아닌 사유지로 분류되는데, 전문가들도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통상 사유지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경일 교통전문 변호사는 입법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아파트 단지에서 운전을 할 때는 전방 주시 등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가중돼야 하는데, 운전자 처벌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보호 필요성이 있는 공간인데, 부상사고는 교통사고특례법에 따라 처벌을 받으나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