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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다락의 '유산:받을 이 없는'의 한 장면.

극단 다락이 인천 신포동의 다락소극장에서 주말마다 선보이는 '2022년 토요상설극장'의 두 번째 무대를 진행 중이다.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을 각색한 작품 '유산:받을 이 없는'이다. 극단 다락이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선보인 연극 '컬렉티드 스토리즈'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지난 11일 공연장을 찾았다. 허재성이 각색과 작품 연출을 맡았고 아버지 상현을 조문의가, 장남 준영은 허재호, 차남은 임진혁, 아내는 윤현주가 각각 맡았다. 배우 장재백이 '최사장'과 치과의사 등 다역을 소화했다.

작품은 경제 대공황을 겪은 미국의 당시 배경을 현재의 한국으로 옮겼다. 허재성 연출은 작품에 대해 "성실하게 일하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한 '코리안 드림'의 종말을 그렸다"고 했다.

이어서 허 연출은 "여느 아버지처럼 근면·성실하게 일하면 의식주를 충분히 해결하고 결혼해서 가족을 꾸리고 사는 데 과연 문제가 없는 시대인가, 아직 아버지처럼 작은 기회조차 갖지 못한 세대는 또 어떤 기회를 잡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인천 다락소극장 '유산:받을 이 없는'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각색한 작품
악몽을 견뎌내는 현시대의 모습 담아


연출의 설명을 들었음에도 작품은 예상보다 훨씬 더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무대를 통해 보이는 상현은 나와 닮아 있었고, 상현의 가정은 역시 나의 가정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모습을 무대를 통해 확인하는 기분이 결코 좋을 수 없었다. 세상을 사는 이들 모두가 갖는 보편적이면서도 근원적인 괴로움을 작품이, 연출이 짚어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버지 상현은 평생 영업직으로 몸 바쳐 일한 직장에서 '내근'을 요구하다 결국 일자리를 잃는다. 장남 준영은 여러 '알바'를 전전하다 자신을 좋게 봤다고 믿고 있던 사장에게 창업 투자금을 받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더니 결국 거절당하고 만다.

장남 준영은 다그치는 아버지 앞에서 "난 이 집안에 가져올 트로피가 이제 단 한 개도 없어요. 난 저 문밖에 나가면 내 입에 풀칠도 못 하는 그냥 시간당 1만원짜리 따라지예요"라며 절규하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준영의 허황된 기대에 웃고 울었던 이 가정의 모습이 애처롭다. 자기 최면으로 희망이라 생각하며 현실을 견뎌내야 했던 이 가정은 결국 비극을 맞는다. 가장 상현은 결국 죽음을 택하고 만다. 시종일관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가장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이 가정은 안정을 찾는데 그 모습도 씁쓸하다.

연극이 끝나고 극장을 빠져나온 뒤에도 불편한 마음이 한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작품 속에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고민해도 답이 찾아질 것 같지 않다. 어찌 됐든 작품 속 아버지 상현보다는 내 처지가 덜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힘을 내서 이 세상을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은 7월 30일까지 매 주말 오후 4시에 시작한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