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산 인삼은 삼국시대 전부터 명성이 높았다. 진시황제가 동방으로 특사를 보내 찾으려 한 불사약이 바로 인삼이라는 가설이 있을 정도. 통일신라 때 중국 당나라와 일본을 방문하는 사신들 짐꾸러미엔 삼이 필수품이었다. 상대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때문이다. 고려왕조 이후 인삼은 나라의 주요 수출품으로 성장했다.
일본 에도시대엔 조선 인삼을 수입하기 위해 '인삼대왕고은'이라는 순도 80% 은괴를 만들기도 했다. 화폐 수요가 늘자 에도막부는 은의 함량이 낮은 불량은화를 만들었는데, 이를 알아차린 조선이 은을 결제용으로 받아주지 않자 고육책을 쓴 것이다. 당시 은의 무게보다 인삼값이 높았을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지금으로 환산하면 인삼 한 근 값이 쌀 16가마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전국 각지에서 나는 인삼 중에도 개성인삼, 파주인삼을 대장으로 한 경기인삼은 뛰어난 품질과 효능을 공인받았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에서도 인기가 높다. 조선 시대엔 워낙 가격이 비싸고 귀하다 보니 중국 베이징 시장거리에서 팔리는 개성인삼은 모두 가짜라는 소문이 돌았다. 멀리 베트남에서도 황제의 강장제로 쓰이거나 신하들 선물로 하사된 인기상품이었다.
경기인삼이 베트남에 상륙했다. 지난 10일 호찌민시에 '경기 인삼 베트남 전용관'이 문을 연 것이다. 앞서 농협중앙회 경기본부와 베트남 현지 협력사는 전용관 개점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앞으로 베트남 내에 경기 인삼을 유통하는 허브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다.
경기도와 경기농협은 지난 2009년 경기인삼 통합브랜드인 '천하제일 경기고려인삼'(천경삼)을 출시했다. 세계 최고 효능을 자랑하는 개성인삼의 전통을 이어받은 적통 경기인삼이다. 개성·안성·김포파주·동부 인삼조합 등 도내 4개 인삼농협이 참여했다. 농협은 2011년 호찌민시에서 첫 해외 판촉행사를 개최, 베트남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사포닌이 풍부한 인삼은 면역력 강화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경기도 내 인삼 생산량은 전국 6년근 기준 40%를 차지한다. 천경삼은 국내 최고급 6년근 인삼만을 고집하는 대한민국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로 명성을 쌓고 있다. 홍콩 대만에 이어 베트남에 진출했다.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풀이 죽은 인삼 농가들에 힘이 됐으면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