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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서른 살의 청년, 손흥민 축구 선수일 것이다. 최근에 매일 손흥민에 관한 기사가 쏟아진다.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시청하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2021~2022시즌에서 손흥민은 23개 골을 넣어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득점왕이 되었다. 글로벌 스포츠 시장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손흥민은 지난달 31일에 체육훈장 최고 등급인 청룡장을 받았다. 손흥민의 인기가 높은 것은 단지 빼어난 경기력 때문만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한결같이 노력해 온 성실함,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도 방심하지 않는 자제력, 자신의 골 득점 수보다 팀 승리를 중시하는 협동적 품성 때문에, 우리는 그에게 환호한다. 손흥민은 2030 세대에게 더 인기가 있다. '공정'과 '능력주의'를 중시하는 청년들은 손흥민을 공정과 능력주의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보고 추앙한다. 독일 스포츠학자 오모 그루페가 주장했듯이 운동선수의 도전과 노력, 공정한 규칙과 경쟁, 페어 플레이를 중시하는 스포츠계 '특수한' 규범은 현대사회의 '보편적' 규범으로 확장되어 '사회의 스포츠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토록 추앙받는 손흥민 선수를 보면서 필자는 교실에서 만나는 축구부 학생들을 떠올렸다. 이들은 손흥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손흥민 선수가 이룬 성과를 보면서 자신도 노력해서 저런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을까? 아니면 자신은 왜 손흥민 같은 선수가 되기 어려운지 고민하며 좌절하고 있을까?


운동선수가 경쟁에서 뒤처져도
좌절 않고 건강한 삶 살기 위해선
다양한 기준의 평가시스템 이뤄야


대학 운동부 학생은 체육특기자로 대학교에 입학하여 '학생 선수'라고 불리는데, 학업 생활도 하지만 선수 생활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신을 프로에 가까운 직업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운동선수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과 달리 모든 선수가 똑같은 경기 규칙을 가지고 경쟁하기 때문에 운동 기량에 따라 세계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부터 가장 낮은 연봉을 받는 선수까지 일렬로 줄을 세우기 쉽다. 다른 직업, 예를 들어 사무직 종사자도 특정 기준에 따라 평가받고 우열을 가리지만 운동선수처럼 똑같은 규칙에 따라 경쟁하여 일렬로 줄 세우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같은 사무직원이라도 업무가 다양해서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고 평가 기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동선수라는 직업은 똑같은 경기 규칙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선수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자신이 더 부족하다고 보일 때 좌절하기 쉽다.

그래서 대학 축구부 학생이나 프로축구 선수가 손흥민을 마냥 추앙하기는 쉽지 않다. 선수가 겪는 이런 비교 압박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선수 수명이 다른 직업과 비교해 더 짧은 것일 수 있다. 원광대 보건복지학부 김종인 교수팀이 1963년부터 2010년까지 48년간 신문에 게재된 3천215명의 부음 기사와 통계청의 사망통계를 바탕으로 11개 직업군별 평균 수명을 비교한 결과, 평균 수명이 가장 짧은 직업군은 연예인(65세)과 체육인(69세)이고, 가장 긴 직업군은 종교인(82세)이었다.

스포츠·문화 강국으로 나아가려면
관련 종사자들도 조명 받기를 기대


운동선수가 똑같은 규칙에 따라 경쟁하여 서열을 매기는 시스템에서 뒤처져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스포츠계 다양한 종사자들이 '선수'처럼 주목받고, 이 다양한 업무를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변해야 한다. 손흥민 선수를 마냥 추앙하지 못하는 축구부 학생에게 축구산업에 선수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종사자의 진로가 있다고 말하지만 최고 선수만을 추앙하는 사회 분위기에 압도되어 이런 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추앙받는 손흥민이 존재하기 위해서 감독뿐만 아니라 손흥민이 신은 축구화를 잘 만드는 전문가, 축구장을 만들고 관리하는 전문가, 축구선수에게 알맞은 섭생을 지도하는 전문가, 축구 경기를 박진감 넘치게 촬영하는 전문가, 경기 데이터를 분석하는 전문가 등 다양한 종사자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온통 경기장 무대의 선수만 조명을 받고 추앙받기 때문에 무대 뒤의 다양한 종사자들을 알기 어렵다. 스포츠 강국, 문화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선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종사자들이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고 이들도 추앙받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